[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GLP-1 계열 중심의 비만약 시장이 단일 작용제를 넘어, 삼중 작용제 경쟁 국면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시장 선두를 달리는 일라이릴리가 최근 삼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 3상 성공 소식을 알리면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일라이릴리 바이오테크놀로지 센터. [사진=REUTERS/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f557a62569046f.jpg)
21일 일라이릴리에 따르면, 레타트루타이드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3상 임상에서 혈당과 체중을 동시에 유의하게 개선했다. 임상은 환자 537명을 4㎎군, 9㎎군, 12㎎군, 위약군으로 1대1대1대1 비율로 나눠 40주간 진행됐다. 환자와 연구자 모두 투여 약을 모르는 무작위·위약 대조 방식이었다.
효과는 용량이 높을수록 뚜렷했다. 체중은 4㎎군에서 평균 11.5%, 9㎎군에서 15.5%, 12㎎군에서 16.8% 줄었다. 반면 세 용량군과 비교된 단일 위약군은 2.5% 감소에 그쳤다.
이는 기존 GLP-1 계열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수치다. 마운자로는 제2형 당뇨병 환자 대상 40주 임상에서 5㎎군 평균 7.9%, 10㎎군 9.3%, 15㎎군 11.0%의 체중 감소를 보였고, 위고비는 68주 임상에서 평균 14.9% 체중 감소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같은 결과는 레타트루타이드의 작용 기전에 직결된다. 레타트루타이드는 GLP-1에만 작용하는 기존 비만약과 달리 GIP·GLP-1·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주 1회 투여 삼중 작용제다.
GLP-1은 식후 분비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높이는 호르몬이다. GIP도 식후 분비돼 인슐린 반응을 돕는다. 글루카곤은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작용에도 관여한다. 기존 GLP-1 단일 계열 비만약이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에 무게를 뒀다면, 레타트루타이드는 여기에 GIP와 글루카곤 작용까지 더해 체중 감량과 대사 개선을 함께 노린다. 업계가 레타트루타이드를 차세대 비만약 후보로 주목하는 이유다.
릴리는 위고비 개발사 노보노디스크와 함께 GLP-1 계열 비만약 시장을 양분해온 대표 주자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를 잇달아 흥행시키며 후발주자였지만 단숨에 시장의 한 축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보노디스크가 오젬픽을 2017년, 위고비를 2021년 미국에서 먼저 출시한 반면, 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를 2022년, 젭바운드를 2023년에 내놓고도 단기간에 대형 품목으로 키웠다.
실적만 봐도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위고비와 오젬픽 합산 매출이 2000억 크로네(약 46조원)를 웃돌며 MSD의 키트루다 연매출을 넘어섰다. 릴리도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매출이 각각 229억6500만달러(약 34조원), 86억6900만달러(약 12조원)를 기록하며 키트루다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316억8000만달러(약 47조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 품목이다.
업계가 릴리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릴리는 이미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로 처방 기반을 확보한 데 이어, 레타트루타이드를 비만·당뇨병뿐 아니라 수면무호흡증, 골관절염, 심혈관·신장 질환 등 적응증을 넓혀 개발하고 있다. 단일 품목 경쟁이 아니라 적응증과 제품군을 함께 확대하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상업화에 성공하면 시장 지배력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보노디스크 역시 복합제 카그리세마 허가, 경구용 위고비의 보험 적용·유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결국 차세대 비만약 승부는 한 품목이 아니라 후속 파이프라인의 완성도와 확장성에서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만약 품목들의 약효를 단순 비교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선 안된다"며 "임상마다 환자군과 투약 기간, 용량, 평가 기준이 달라 체중 감소율 수치만으로 우열을 가리기엔 한계가 있어, 전문가와의 상담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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