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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음 시설의 ‘가연성 잔혹사’ 이제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김일근 전 광명도시공사 사장

[아이뉴스24 정재수 기자] 도시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방음 시설이 오히려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의 터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목격했다.

2022년 말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에 인프라 안전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남겼다.

사고 이후 가연성 소재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았지만 과연 우리의 도로 위는 지금 충분히 안전한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행정 일선에서 도시 인프라를 관리해온 필자의 눈에 비친 현실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PMMA의 대안으로 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PC)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소재 모두 열에 취약한 유기화합물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

PMMA가 낮은 온도에서 녹아내려 ‘불꽃 비’를 뿌린다면 PC는 인화점이 낮을 뿐만 아니라 화재 시 배출되는 유독가스가 PMMA보다 약 3배 이상 많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결국 가연성 소재를 다른 가연성 소재로 대체하는 것은 ‘위험의 종류’를 바꿀 뿐 ‘위험의 총량’을 줄이는 행정이 아니다. 폐쇄된 터널 내 유독가스는 가시거리를 차단하고 인명 피해를 키우는 치명적 요인이 된다.

이제는 가연성 및 유독가스 배출 자재 전반에 대한 엄격한 퇴출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안전 불감증의 고리를 끊어낼 객관적 대안은 ‘화학강화유리’를 활용한 방음 솔루션에서 찾을 수 있다. 유리는 본래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이며 화재 시 유독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특히 표면 압축응력을 극대화한 고강도 화학강화유리는 기존 열강화유리의 한계인 ‘자연 파손(자파)’ 문제를 해결해 비산으로 인한 2차 사고 위험까지 차단한 검증된 소재다.

여기에 더해 투명 강화유리는 도시 미관 유지와 민원 해결 측면에서도 독보적이다. 플라스틱 계열 소재는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변하는 황변 현상으로 인해 경관을 해치고 인근 주민의 조망권을 침해하여 잦은 민원을 발생시킨다.

반면 고투명 강화유리는 장기간 투명도를 유지해 쾌적한 시야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최근 도입된 탈부착식 공법과 결합할 경우 파손 시 전체 판넬이 아닌 전면 유리만 부분 교체할 수 있어 도로 통제 시간을 줄이고 지자체의 유지보수 예산을 획기적으로 절감해 준다.

물론 행정가 입장에서 신기술 도입 시 초기 비용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단기 설치비’에 매몰돼 재난 복구와 사후 관리라는 ‘장기적 사회 비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안전성, 미관, 그리고 생애주기 비용(LCC)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불연성 소재인 강화유리로의 전환은 시민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가장 책임감 있는 선택이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는 시민의 안전한 일상을 보장하는 데 있다. 전국의 스마트 시티들이 진정한 의미의 ‘안심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화려함보다 보이지 않는 곳의 안전 기준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더 이상 소재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는 ‘방음 시설의 잔혹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일근 전 광명도시공사 사장
/용인=정재수 기자(jjs388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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