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초호황을 예상하지 못한 채 2021년 SK하이닉스 노사가 합의한 성과급 체계가 업계 경쟁자인 삼성전자에 심각한 유탄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성과급 체계를 요구하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회사 측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처지이기 때문이다. 양쪽이 한발씩 양보해 타협하지 않으면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 성과급 개편은 원래 ‘인력 이탈 방어용’
SK하이닉스 성과급의 요지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고 지급 금액의 상한을 없앤 것이다.
2021년 한 직원이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과 전 임직원에게 공개 이메일을 보내 문제를 제기했고 사내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경영진이 직접 대응에 나섰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연봉 반납 의사를 밝히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래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인력 이탈 움직임마저 확산되자, 회사는 노조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노사는 당시 경제적 부가가치(EVA) 대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제도에도 SK하이닉스 노동조합이 지난해 파업 직전까지 간 것은 갑자기 영업이익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려면 당시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업 위기에서 SK하이닉스는 결국 지난해 노조의 의견을 대부분 받아들였고 임직원 대다수가 억대 이상의 성과급을 받았다. 올해는 수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2021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해 지급 금액의 상한을 폐지한 결과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이 외에도 당해 년도 성과급의 80%를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10%씩 나눠서 2년 간 지급하기로 하는 등 세부 내용에도 합의했다.
SK하이닉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는 와중에 노조가 대규모 집회와 파업까지 예고했던 이유도 (영업이익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커지면서) 회사가 2021년 합의한 내용에 부담을 느껴 다른 지급 방안을 내놨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성과급 제도 개편 당시에는 이렇게 많은 액수를 지급하게 될 줄 모르고 만든 제도가 맞다"고 귀띔했다.
이것이 삼성전자 노조를 자극했다. 노조는 상한 폐지와 함께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보다 5%포인트(p) 더 높은 수준이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270조원 안팎으로 전망할 때 성과급 규모는 약 40조원 안팎이 된다. 이는 지난해 연구개발비 37조원보다 많은 금액이고 배당금(약 11조원)의 4배 수준에 해당한다.
그 규모가 커 삼성 안팎에서 우려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성과급 기준으로 EVA를 유지했던 배경
삼성전자는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부가가치(EVA, Economic Value Added)라는 개념을 도입해 성과급 체계에 반영해왔다.
EVA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해 주주 기대 수익률 이상의 ‘실질적인 부가가치’만을 측정하는 지표다. 단순 영업이익이 아니라 자본 투입 비용까지 고려해 실제로 창출된 부가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반도체는 당장 큰 이익이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50조~60조원 단위의 선행 투자가 필수인 산업”이라며 “영업이익 전체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나누는 방식은 구조적으로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이익의 40~50%는 다시 투자로 투입된다”며 “성과급을 총 이익 기준으로 줄 것인지, 투자 이후 남는 이익 기준으로 줄 것인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은 자본을 사용하는 만큼 주주 기대 수익률을 충족해야 하며, 이를 초과한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것이 EVA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반도체처럼 투자 규모가 크고 변동성이 높은 산업에서는 EVA 방식이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인력 차이도 크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중심 단일 사업 구조로 임직원 규모가 약 3만명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TV, 가전, 의료기기, 네트워크 장비 등을 포함한 종합 전자기업으로 임직원 수가 12만명을 넘는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장기간 투자와 적자가 지속되는 사업이 포함된 만큼, 단순 영업이익 기준 보상 체계 적용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하이닉스 성과급 제도는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것이 현재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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