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이피트(E-pit)'에서 전기차가 충전 중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https://image.inews24.com/v1/aefece9b7845f6.jpg)
보급 속도 4.5배 가속⋯1%의 전유물에서 4%의 일상으로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국내 전기차(EV)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우려를 딛고 대중화의 관문인 100만 대 고지 점령을 앞두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 순수 전기차(BEV) 누적 등록 대수는 93만9756대를 기록했다. 3월 신규 등록 대수가 약 3만 대를 웃는 추세를 고려하면, 이달 중 혹은 늦어도 5월 초에는 'EV 100만 대 시대'가 공식화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보급의 '가속도'다. 국내 전기차가 누적 10만 대를 달성하기까지는 9년(2011~2020년)이 소요됐지만, 50만 대(2023년)까지는 3년, 다시 100만 대까지는 단 2년으로 단축됐다. 초기 9년에 비해 보급 속도가 약 4.5배 빨라진 셈이다. 전체 등록 차량(약 2600만 대)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점유율도 4%에 육박하며 '매스 마켓(Mass Market)' 진입의 전제 조건인 5%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매스 마켓'은 소수의 얼리어답터를 넘어 불특정 다수의 일반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대중 시장'을 의미한다. 통상 신규 기술의 시장 점유율이 5%를 상회할 때 이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간주한다.
'엔트리급' 확산⋯전기차 '대중화 전략' 속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 엔진은 '고가 프리미엄'에서 '실속형 엔트리(보급형)' 모델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과거 5000만~7000만원대 중형 세단이나 1억 원을 상회하는 수입 브랜드가 주도하던 시장은 이제 3000만 원대(보조금 적용 시 2000만 원대) 보급형 모델이 주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엔트리급' 공세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기아는 'EV 대중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기아는 3만~5만 달러 사이의 가격대를 타깃으로 한 EV3, EV4, EV5 등 중소형 모델 라인업을 촘촘히 구축해 전기차 대중화의 선봉을 자처하고 나섰다.
현대차 역시 캐스퍼 EV와 아이오닉 3(가칭) 등 엔트리급 라인업을 강화하며 기아와 나란히 'EV 보급'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KG모빌리티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택을 통해 원가를 대폭 낮춘 전략 모델을 쏟아내며 소비자의 심리적 가격 저항선을 무너뜨리는 중이다. 이러한 가격 경쟁과 라인업 다변화는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사회초년생과 '세컨드 카' 수요층을 시장으로 대거 끌어들이는 결정적 트리거(기폭제)가 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이피트(E-pit)'에서 전기차가 충전 중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https://image.inews24.com/v1/dd7b0f370f4dbe.gif)
'생계형 EV'의 약진⋯도로 위 경제성 입증 완료
전기차 100만 대 시대의 실질적인 견인차는 택시와 소형 화물차(포터·봉고 EV)로 대표되는 '생계형 수요'다. 유가 변동에 민감한 운송 업계에서 전기차의 저렴한 유지비와 각종 세제 혜택은 생존을 위한 필수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서울 등 대도시를 누비는 전기 택시는 시민들에게 전기차의 정숙성과 성능을 일상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움직이는 쇼룸'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일반 소비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이질감을 없애고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무형의 마케팅 효과로 이어졌다. 라스트 마일(Last-mile) 배송의 주역인 1톤 트럭의 전기화 역시 디젤 게이트 이후 강화된 환경 규제와 맞물려 물류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B2B 시장도 본격적으로 개화했다. 기아는 차세대 핵심 전략으로 PV5 등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앞세우고 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실내 구조를 바꾸는 맞춤형 설계를 제공한다. 배달, 셔틀, 물류 등 비즈니스 수요를 공략하며 전기차의 저변을 기업 대 기업(B2B) 영역으로 대폭 확장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이피트(E-pit)'에서 전기차가 충전 중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https://image.inews24.com/v1/cda3ccf9187dd5.jpg)
질적 성장 기로에선 韓 전기차 시장⋯"'수요 진작'과 '생산 촉진' 투트랙 정책 필요"
전기차 100만 대 시대에 접어들며 자생력 있는 전기차 생태계 구축도 시급한 과제다. 한국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전기차 누적보급 목표인 420만 대'를 위해서는 현재 보조금 등 수요 창출 지원책과 함께 생산 기반 강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국내의 가파른 전기차 수요 급증은 정부의 적극적인 수요 창출 정책이 효과를 보였다는 평가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전환 지원금을 최대 100만원까지 신설해 실질적인 전기차 구매 지원액을 늘렸다. 그에 힘입어 올해 1~3월 국내 전기차 판매는 8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0.9% 급증하기도 했다.
다만, 연초 수요가 급격히 몰리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벌써 보조금이 소진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4월 초 기준으로, 전국 160개 지자체 중 승용차는 45곳, 화물차는 54곳의 지자체에서 보조금이 소진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에 전기차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존도가 높은 전기차 구매보조금의 지급이 지연되면서 실제 전기차 판매 속도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에서 여전히 중요한 수요 창출원이 되고 있다. 주요국들이 보조금 폐지 이후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자, 최근 보조금 재도입이나 세제 지원 확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책을 보완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22년 전기차 직접 구매보조금을 종료했지만, 올해부터 차량구매세 감면(50%), 차량 교체시 지원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 등 정책을 도입했다. 독일은 2023년 말 전기차 구매금 종료 이후 전기차 판매가 급감하자 2024년 7월 법인 전기차 세제 혜택 확대하고, 올해 1월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재도입했다. 영국도 승용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폐지했다가 지난해 7월부터 전기차 구매 할인 형태의 보조금 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일본은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고, 친환경 철강을 사용하는 차량에 추가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전기차 산업 지원 정책을 강화했다.
정대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은 "주요국 사례를 볼 때 보조금, 세제혜택 등 전기차 지원정책이 전기차 수요 확대와 시장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전기차 누적보급목표(420만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조금의 지속적인 유지와 함께 특단의 수요창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국내 전기차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요 지원과 생산기반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며 "현행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수요 확대에는 효과적이지만 국내 생산기반 강화를 위해서는 유럽연합(EU)의 산업가속화법, 일본의 생산세액공제와 같이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병행 지원하여 상호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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