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국민의힘 천안시의원 공천 논란이 더는 당내 갈등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있다. 지금 불거진 문제의 핵심은 계파 충돌도, 후보 간 신경전도 아니다. 공천의 출발점이어야 할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의심, 그 자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이정만 천안을 당협위원장이 서 있다.
이 위원장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평검사 간 공개 토론에서 거친 문제 제기로 전국적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당시에도 강한 발언으로 논쟁의 중심에 섰지만 지금 지역 정치에서 제기되는 비판은 단순한 발언 수위의 문제가 아니다. 공천 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개입했느냐는 훨씬 본질적인 문제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장면은 마선거구다. 특정 후보를 둘러싼 가처분 신청에 당협위원장이 직접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했다는 점은 형식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는 법적으로 가능하냐를 넘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공천에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인사가 특정 후보의 법률대리인까지 맡는 순간 공정한 관리자의 위치는 스스로 허물어진다. 절차가 살아 있더라도 신뢰는 무너진다.

바선거구를 둘러싼 논란은 더 심각하다. 예비후보가 2명 있는데도 경선 기회 자체가 배제됐고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공공연하게 거론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여기에 다른 출마 경로를 제시하며 사실상 정치적 선택을 압박했다는 주장까지 더해진다. 사실이라면 이는 조율이 아니라 개입이고, 관리가 아니라 통제다.
과거 국회의원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를 도왔던 시의원들을 배제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겹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협위원장이 시의원 공천 전반에 강하게 손을 뻗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당원과 시민 눈높이에서 보면 지금의 해명보다 의혹이 더 자연스럽게 들릴 정도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이것이 공천인지, 아니면 사천(私薦)인지다.
정당 공천은 민주주의의 첫 관문이다. 유권자는 정당이 공정한 절차와 경쟁을 거쳐 후보를 걸러냈다는 전제 위에서 표를 던진다. 그런데 그 과정이 특정 인물의 의중에 따라 흔들린다는 인식이 생기는 순간 선거의 정당성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공천이 불공정하면 선거도 왜곡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은 결국 행정의 신뢰까지 갉아먹는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책임이다. 이정만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인물이다. 이후 지역 정치를 수습하고 통합하는 역할보다 공천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모습으로 비친다면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영향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입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영향력이 클수록 더 엄격한 절제와 거리 두기가 요구된다.
정치는 권한을 행사하는 기술이 아니라 책임을 감당하는 자리다. 당협위원장에게 영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영향력은 절제될 때만 정당성을 얻는다. 지금처럼 편파와 배제 논란이 반복되면 그 권한은 곧바로 권력 남용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정당 내부 문제라고 선을 그을 수도 없다. 공천은 곧 유권자의 선택지를 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천안 공천 갈등은 더는 당내 소란이 아니다. 유권자에게 “이런 정치도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묻는 사건이 됐다. 정당이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시민은 투표로 답할 것이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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