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경북 경산시가 1500여 년 전 압독국 사람들의 친족 관계와 혼인 풍습을 DNA 분석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고대인의 생활상을 유전자 수준에서 입증한 국내 최초 사례다.
경산시는 국가사적 임당동·조영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인골 DNA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Science Advances 최신호(4월 9일자)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압독국 문화유산 연구·활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44개 무덤에서 확인된 인골을 바탕으로 무덤 주인과 순장자 78명의 고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했다.
분석 결과 11쌍의 1차 친족, 23쌍의 2차 친족, 20쌍의 3차 이상 친족 관계가 확인됐다. 이를 통해 압독국 사회가 같은 집단 내부에서 배우자를 찾는 ‘족내혼’ 구조를 가지고 있었음이 처음으로 실증됐다.
특히 6촌 이내 근친혼 사례가 다수 발견됐으며, 사촌 간 결혼으로 이어진 가계도까지 확인됐다. 이는 『삼국사기』 등 문헌에만 기록돼 있던 고대 근친혼 풍습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순장 풍습의 실체도 드러났다. 순장자들 간에는 부모·자식 또는 형제 관계가 다수 확인되며 ‘가족 단위 순장’이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무덤 주인과 순장자 간에는 직접적인 친족 관계가 거의 없어, 신분에 따른 계층 분리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학진흥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에 ‘고유전체로 밝힌 삼국시대 지역사회에서의 친족 네트워크와 족내혼’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연구는 경산시와 경상북도의 지원 아래 영남대학교 박물관, 서울대학교, 세종대학교,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등 국내외 연구진이 참여한 다학제 프로젝트로 추진됐다.
경산시는 해당 연구 성과를 임당유적전시관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으며, 향후 교육·전시 콘텐츠로 확대 활용할 계획이다.
이도형 부시장은 “압독국 사람들의 DNA 분석을 통한 친족 구조 규명은 고대 경산을 넘어 신라 사회를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성과”라며 “체계적인 후속 연구를 통해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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