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언제나 단순한 이야기로 포장된다. 이란은 위험한 국가이고, 이스라엘은 위협받는 존재이며, 미국은 질서를 지키는 국가라는 식의 도식은 익숙하다. 그러나 국제정치는 선악의 구도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해관계와 힘의 균형, 그리고 역사적 맥락이 중첩된 복합적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문제는 이러한 복잡성이 제거된 채 단순한 서사만이 반복될 때, 오히려 갈등은 더 쉽게 정당화된다는 점이다.
이란을 둘러싼 인식부터 다시 볼 필요가 있다. 흔히 이란은 경제적으로 실패한 국가로 묘사되지만, 그 위기의 상당 부분은 내부 체제만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된 국제 제재에서 비롯된다. 특히 미국의 금융 제재는 이란 경제를 세계 시스템에서 사실상 배제해 왔다.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정치의 결과다.
정치 체제 역시 ‘신정국가’라는 한 단어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선거를 통한 대통령과 의회가 존재하는 복합 구조다. 물론 최고지도자 중심의 권력 구조는 분명하지만, 이를 단순한 독재로 환원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이다. 이러한 단순화는 결국 이란을 협상의 대상이 아닌,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 역시 종교적 대립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갈등에 가깝다. 이란은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이스라엘은 이를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 인식한다. 여기에 미국의 개입이 더해지면서 갈등은 지역 수준을 넘어 국제적 충돌로 확대된다. 특히 ‘시아파 위협’이라는 프레임은 현실의 복잡성을 단순화하는 동시에 군사적 대응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기능해 왔다. 위협이 과장될수록 대응 역시 정당성을 얻기 때문이다.
이 갈등의 근저에는 보다 본질적인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에너지와 패권이다. 중동은 여전히 세계 석유 공급의 핵심 지역이며, 달러를 중심으로 한 국제 금융 질서는 석유 거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른바 ‘페트로 달러 체제’는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 유지와 직결되는 구조다. 이란은 이러한 질서 속에서 독자적 노선을 유지하려 했고, 이는 곧 충돌로 이어졌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러한 패턴은 반복되어 왔다. 1956년 수에즈 위기는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해상 통로와 에너지 지배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었다. 오늘날의 중동 역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현실이 대중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제정치는 종종 선과 악의 이야기로 재구성된다. 그러나 실제 세계는 도덕이 아니라 이해관계로 움직인다. 단순한 서사는 판단을 쉽게 만들어 주지만, 동시에 위험한 선택을 정당화한다. 이라크 전쟁은 대량살상무기라는 명분으로 시작되었고, 리비아 역시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이름 아래 붕괴의 길로 들어섰다. ‘위협’이라는 언어는 언제나 개입을 정당화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였다.
중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역시 이러한 단순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란은 절대적인 악으로, 이스라엘은 일방적인 피해자로, 미국은 중립적인 질서 수호자로 인식되는 순간, 우리는 이미 현실을 왜곡된 틀 속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세 국가는 모두 각자의 이해관계를 가진 행위자이며, 각각의 선택은 전략적 계산의 결과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우리는 갈등의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이 갈등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지속되는가. 에너지 시장, 군수 산업, 국제 금융 질서 속에서 전쟁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때로는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을 멈추기 위해서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전쟁은 오해에서 시작되고, 이해에서 멈춘다. 단순한 도식은 갈등을 키우지만, 복잡성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중동의 문제는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에너지와 경제, 안보로 연결된 세계 속에서 그것은 곧 우리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이 갈등을 움직이고 있는가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태도다. 그 이해가야말로 전쟁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제40주년 새얼아침대화 한국외국어대 유달승 중동연구소장 강연 후기)
* 이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인천=장호찬 기자(jang575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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