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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兆 드라마' 쓴 삼성전자 전영현의 3가지 선택


D램 재설계·D램 생산 풀가동·HBM 추격대 조직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전자가 1분기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한 것은 한 편의 역전 드라마처럼 극적이다. 꼭 1년전만해도 영업이익은 6조6900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응이 늦어 경쟁 회사에 밀리면서 '삼성전자 위기론'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3일 경기도 용인시 더 유니버스SE(The UniverSE)에서 열린 DS부문 '2026년 상생협력데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극적인 변화의 출발점은 2024년 5월이다.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위기 극복을 위한 '구원 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D램개발실장을 거쳐 삼성SDI 대표이사·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을 역임한 베테랑 경영인의 역할이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

업계에서는 전 부회장의 위기 타개 전략이 의외로 정공법이었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가 원래 강점을 가진 생산기술과 생산능력은 더 밀어붙이고, HBM 판단 지연으로 드러난 약점은 설계와 조직 재정비로 보완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 복귀 이후 차세대 D램 재설계를 통한 기본기 복구, 범용 D램 생산 극대화를 통한 제조 경쟁력 활용, HBM 전담 조직 신설을 통한 추격 체제 재가동에 나섰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곽영래 기자]

설계부터 다시 고치고 불량품 정리 결단

전 부회장이 가장 먼저 집중한 부분은 설계였다고 한다. 그 스스로 정통 D램 설계 전문가인 만큼, 회사가 처한 문제의 근원이 잘못된 설계에 있다고 본 것이다.

DS부문 복귀 후 약 반년이 지난 뒤 내놓은 반성문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삼성전자가 기술 경쟁력 저하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주주들에게 공개 사과한 것은 처음이었다.

전 부회장은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공개한 메시지에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고 밝혔다.

실제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4 핵심 재료인 1c나노 D램 개발 과정에서 구조 수정에 들어갔다. 1c나노 D램의 예비 소자를 늘려 불량 발생 시 대체 여력을 확보하고 회로 간 간섭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손본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회장은 재설계 과정을 집중적으로 보고받았고, 개발진에 기술적 피드백도 직접 줬다고 한다.

지난 3월 1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HBM4, HBM4E 메모리가 전시돼 있다.[사진=곽영래 기자]

난관에 봉착했던 1c나노 D램 프로젝트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셈이다.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압축, 연결하는 HBM은 D램 성능이 기본 경쟁력으로 꼽힌다.

동시에 불량 제품과 품질 이슈가 있는 재고를 과감히 폐기 처리하며 생산 체계도 다시 정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정 분기 실적에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결정이었지만, 업계에서는 단기 영업이익보다 품질 정상화와 구조 개선을 우선한 조치로 해석한다.

범용 D램 생산 풀가동…시황 상승의 행운

전 부회장이 동시에 밀어붙인 또 다른 축은 제조 경쟁력이었다.

지난해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구형 D램 생산라인 일부를 HBM용으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 부회장은 범용 D램 생산능력을 최대치(Full Capa)로 유지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램 생산능력은 월 68만장 수준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약 28.3% 많다.

삼성전자는 이 생산라인을 사실상 풀가동해 시장 수요에 대응했다.

여기에 DDR5와 DDR4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HBM4 제품 사진.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D램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범용 D램 수익성이 HBM보다 높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HBM은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생산 시간이 길지만, 범용 D램은 안정적인 양산 체계에서 가격 상승 효과를 곧바로 반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원래 강했던 대량 생산 경쟁력에 다시 힘을 실은 전략이 실적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역시 추격 DNA" HBM 추격대 조직

HBM 경쟁력 복구 작업도 병행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7월 HBM 개발팀과 전담 TF를 꾸렸다. TF에는 설계·공정·패키징 인력이 함께 소속됐다.

전 부회장은 임원 보고뿐 아니라 실무진 보고까지 직접 받으며 개발 과정을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HBM4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4나노 공정을 적용한 베이스다이가 들어갔다. 베이스다이는 HBM 맨 아래에서 데이터 이동을 제어하는 핵심 칩이다.

SK하이닉스가 TSMC의 12나노 공정 베이스다이를 활용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사내 파운드리와 직접 협업해 개발 속도를 높였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조직 간 내부 협업 구조가 개발 속도 단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HBM4 양산 출하에도 성공했다.

전영현 부회장의 집무실이 자리한 삼성전자 DSR타워 전경 [사진=권서아 기자]

초지일관 기술·실적으로 증명하는 스타일

전 부회장은 좌고우면(左顧右眄)하기보다 목표를 향해 초지일관(初志一貫)하며 기술과 실적으로 증명하는 리더에 가깝다. 사내에서도 외부 비판이나 시장 우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상화 작업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다.

소통 방식도 실질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회장은 DS부문장 취임 후 2년 가까이 전체 직원들과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을 연 적이 없다. 과거 메모리사업부장 시절에는 직원들과 적지 않게 소통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는 것이다. 타운홀 미팅 같은 대외적 소통 행사보다 기술 회의와 현장 점검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2분기 D램 가격 상승에 힘입어 80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와 3~5년 장기 공급 계약을 추진해 수요 변동을 줄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확정 실적을 발표하고 컨퍼런스콜을 진행할 계획이다. DS부문의 사업부별 세부 실적도 이날 발표된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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