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다주택자들이 오는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만 해도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게 되지만 매물 출회 효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거주 1주택자의 매도 퇴로를 만들어주는 조치 역시 매물 증대를 부를 요인으로 보기 힘들 것으로 지적된다. 이런 조치 외에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제 강화가 맞물릴 경우엔 매물 증가와 가격 하향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7만6076건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처음 언급한 1월 23일 5만6219건이던 물건은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달 21일 8만여건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5000여건 줄어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매물이 다시 소폭 줄어들자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오는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만 완료해도 양도세 중과를 피하도록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이날까지 토지거래허가를 받고 매매계약서까지 체결해야 한다는 조건이었지만, 계약금 지급 전 가계약 상태에서 허가 신청만 해도 되도록 규제를 완화해주기로 한 것이다.
토지거래허가 절차에 보통 2~3주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사실상 다주택자의 매도 가능 기간이 보름 가량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 기한을 늘려준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중과 미적용 혜택을 받으려면) ‘5월 9일까지 허가를 완료하고 계약을 마쳐야 한다’고 알려져 있어, 다주택자들이 ‘4월 중순이 지나면 더 이상 매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5월 9일이라는 시한은 지키되,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한 경우까지 혜택을 허용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무주택자에 한해 다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에 전월세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어도 매수가 가능하도록 퇴로를 열어줬다. 다주택자들에게 매도 기회를 주기 위해 사실상 한시적으로 '갭투자'를 허용한 셈이다.
이에 서울 곳곳에서 급매물이 나오면서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되는 흐름이 나타났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마이너스로 전환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 기간을 연장해 주더라도 서울 주택 시장의 매물 출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다주택자의 매도 기한이 한시적으로 2~3주가량 늘어났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주택자 중에는 5월 9일까지 매도하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가는 사례도 많아 매물 출회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 처방이 아닌, 지속적으로 주택시장에 매물이 나오고 시장이 안정될 수 있는 방안이 중요하다"며 "서울의 수요 과잉과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 원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여태껏 물건을 내놓지 않았던 다주택자들이 이번 연장으로 추가로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기존에 매물을 내놓았던 집주인들이 물량을 거둬들이는 시기를 늦추는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이 1주택자에 대한 역차별 해소를 언급하면서,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 등에 대해서도 퇴로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은 다주택자나 비거주 1주택자 모두 매도가 어려웠지만,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에게만 퇴로를 열어주면서 1주택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1주택자들도 ‘세 놓고 있는 집을 팔고 싶은데 왜 우리는 못 팔게 하느냐’는 반론이 많다”며 "단기간 갭투기를 허용하는 꼴이 됐다. 다주택자에게만 그런 기회를 부여한 것인데, 지금은 (1주택자들에게도 같은 조치를 하는 것이) 수요를 자극하기보다는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는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무주택 매수자에 한해 세입자가 있어도 매도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문제는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 공급을 위해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 물건까지 갭투자를 허용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규제를 완화해 매물을 유도하더라도,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개편 방안의 내용에 따라 시장이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은 “다주택은 물론 1주택이라 할지라도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 보유를 이유로 세금 감면을 해 주는 것은 이상해 보인다”며 “장특공제 제도가 매물을 막고 투기를 권장하는 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 이 대통령이 직장이나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일시적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을 적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세금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은 여전하다.
우 전문위원은 "비거주 1주택에 대한 매물 출회는 퇴로 확보와 더불어 정부가 시사해왔던 장기보유특별공제와 같은 세금 변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장기보유특별공제 등과 같은 세제 강화와 같은 변수도 함께 작용하면 매물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주택을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할수록 양도차익의 일정 비율을 공제해 양도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현재 1가구 1주택의 경우 10년 이상 보유 및 거주하면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으며, 다주택자는 15년 이상 보유 시 최대 30%를 공제받을 수 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