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카카오페이가 AI 에이전트 결제 시대를 겨냥한 글로벌 표준 경쟁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월 2일 카카오페이는 'x402 재단'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창립 멤버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코인베이스,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기술·결제 기업 22곳이 참여했으며, 한국 기업 가운데서는 카카오페이가 유일하다. 단순한 파트너십 참여를 넘어, 앞으로 AI가 인터넷에서 직접 결제하는 구조가 본격화될 경우 카카오페이가 그 흐름에 선제적으로 올라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x402 재단 출범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재단의 운영 방식이다. x402 재단은 리눅스 재단 산하에서 출범했다. 리눅스 재단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비영리 단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카카오페이가 x402 재단 창립 멥버로 합류했다. [사진=Coinbase]](https://image.inews24.com/v1/99358a969ae798.jpg)
x402 프로토콜을 만든 코인베이스가 기술과 설립을 지원했지만, 재단 자체를 직접 운영하는 방식은 택하지 않았다. 대신 리눅스 재단이라는 중립적인 틀 안에서 x402 재단을 출범시켰다. 이는 x402를 특정 기업이 쥐고 있는 사유 기술이 아니라, 여러 기업이 함께 참여하고 발전시키는 인터넷 공공 표준으로 키우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코인베이스가 만든 기술을 업계 전체가 함께 쓰는 개방형 결제 규칙으로 확장하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구조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AI 에이전트의 확산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온라인에서 거래하는 AI 에이전트 수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데이터를 사고 서비스 사용료를 내고 디지털 자산을 이동시키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인베이스 역시 x402 프로토콜이 어느 한 기업의 소유가 되지 않을 것이며, 리눅스 재단이 이 기술의 '중립적이고 비영리적인 보금자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가 경제 활동의 주체로 본격 등장할 미래를 대비해, 결제 인프라 역시 지금부터 표준화해두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읽힌다.
x402는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결제 표준이다. 쉽게 말해 AI가 사람 도움 없이 인터넷에서 필요한 것을 직접 사고 쓸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다. 지금까지의 인터넷 결제는 대부분 사람이 직접 개입해야 했다. 카드 번호를 입력하거나, 카카오페이 같은 간편결제 버튼을 누르고, 본인 인증까지 마쳐야 결제가 끝나는 구조였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이런 과정을 사람처럼 일일이 수행하기 어렵다. x402는 이 부분을 바꾸려는 시도다. 웹사이트가 "이 서비스는 유료다"라는 신호를 보내면, AI가 사람 개입 없이 스스로 결제를 마치고 필요한 데이터나 기능을 바로 이용하는 식이다. 비유하자면 AI가 자기 지갑을 들고 혼자 편의점에 가서 계산까지 끝내는 구조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x402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996년 HTTP 초기 규격을 만들 때 이미 '402 Payment Required(결제 필요)'라는 코드가 정의돼 있었다. 당시 인터넷 설계자들은 언젠가 온라인에서 디지털 결제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그 자리를 미리 마련해둔 셈이다.
![카카오페이가 x402 재단 창립 멥버로 합류했다. [사진=Coinbase]](https://image.inews24.com/v1/dd3d6fa2291470.jpg)
다만 현실에서는 이를 실제로 작동시킬 수단이 부족했다. 국경 없이 빠르게 움직이고, 기계가 직접 다루기에도 적합한 디지털 화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402 코드는 오랫동안 '미래를 위해 남겨둔 코드'에 가까운 존재로 머물렀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부터다. USDT, USDC처럼 달러와 1대1로 연동되는 디지털 화폐가 보편화되면서, 인터넷 위에서 즉시 결제하고 정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결국 x402의 부상은 단순히 새로운 유행이 아니라, 30년 전에 먼저 구상됐던 인터넷 결제 개념이 이제서야 현실적인 수단을 만나 작동할 수 있게 된 과정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x402 재단 출범은 단순한 업계 협의체 신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AI가 직접 경제 활동을 하는 시대를 대비해, 결제의 기본 규칙을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주도권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의 이번 참여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x402가 대중적인 결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AI 에이전트가 실제 소비와 거래의 주체가 되는 흐름이 현실이 된다면, 지금부터 이 표준 논의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이 미래 결제 시장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페이가 한국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x402 재단 창립 멤버로 합류한 것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AI 시대 결제 인프라 경쟁에서 먼저 자리를 잡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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