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일 기자] 1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토론회. 허태정 전 대전시장이 꺼내든 화두는 ‘네거티브 자제’였다. 그러나 그 선언은 오래가지 않았다.
네거티브를 하지 말자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장 먼저 과거를 꺼내든 쪽 역시 허 전 시장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말은 “하지 말자”였지만, 행동은 “먼저 하자”였다. 말과 행동이 엇갈린 순간, 토론의 균형은 무너졌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허 후보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핵심 정책이 부동산 불로소득 근절과 다주택 해소인데, 장철민 후보는 세종과 서울에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대전에는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며 “정부 기조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에 나섰다.
이에 대해 장 후보는 한동안 침묵한 뒤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서울 아파트는 아내가 상속받은 것”이라며 “세종 아파트는 부모가 거주 중이고 2년째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 사과하라”고 반박했다.
허 후보는 “가족 사정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며 “오해 소지가 있는 만큼 조속히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네거티브와 마타도어, 선을 넘는 순간
정치에서 네거티브와 마타도어는 분명히 구분된다. 네거티브는 사실과 기록에 근거한 검증이다. 마타도어는 다르다. 의도와 프레임을 앞세워 상대를 규정하는 공격이다. 문제는 그 경계가 아니라, 그 경계를 넘는 태도다. 이날 허 전 시장의 공세는 그 경계선에 있었다.
검증의 형식을 취했지만, 타이밍과 방식에서 이미 프레임 정치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하지 말자”는 선언 직후의 공세는 설득이 아니라 모순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꺼낸 칼, 자신을 향하다
더 큰 문제는 그 내용이었다. 도덕성과 자질을 겨냥한 공격은 언제나 되돌아오는 법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곧바로 허 전 시장 자신의 과거가 다시 소환됐다.
유성구청장 재임 시절 불거진 무려 80%에 달했던 고려대 석사논문 표절 의혹 논란과 사과, 학위 반납, 그리고 발가락 절단과 병역·장애등급을 둘러싼 장기 공방 등은 이미 여러 차례 선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현재형 리스크’들이다.
이 사안들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정치적 책임과 신뢰의 문제로 축적된 기록이다. 그런 만큼 도덕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순간, 검증의 화살은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향한다. 이 지점에서 유권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그 기준은 자신에게도 적용되는가. 상대를 검증하는가가 아니라 “자신을 잊은 것 아닌가.”
자충수, 그리고 망신살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며칠 전 황인호 전 대전 동구청장이 토론회를 요구하며 ‘송곳 질문’을 내세웠지만, 정작 본인 역시 각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모습과 닮아 있다. 또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유권자와의 약속’을 강조하며 현역 의원의 시장 출마를 비판했지만, 과거 본인 역시 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전력이 드러나 ‘내로남불’ 논란에 직면했던 장면과도 겹친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틀린 말을 했을 때가 아니라, 맞는 말을 하면서도 그 말을 할 자격을 스스로 무너뜨릴 때다. 이번 토론회에서 허태정 전 시장의 발언이 바로 그 지점에 닿아 있다.
결과는 명확하다. 네거티브를 자제하자고 말하며 시작했지만, 가장 먼저 자신이 네거티브를 꺼내든 순간 그 메시지는 힘을 잃었다. 도덕성을 겨냥한 공세는 곧바로 자신의 과거 논란을 재소환하는 계기가 됐고, 토론의 흐름은 정책 경쟁이 아닌 ‘누가 더 자유로운가’라는 역검증의 장으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을 두고 흔히 이렇게 말한다. “혹 떼려다 혹 붙였다.”
/대전=강일 기자(ki005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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