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이란 사태 장기화와 고환율 여파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원료의약품(DS) 수입 의존, 약가 인하, 원자재 나프타 수급 불안이 겹치며 수익성 압박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원·달러 환율이 1530원을 넘어선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11367d11f2bf37.jpg)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501.3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거래일인 3월 31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30원을 돌파한 바 있다.
환율 급등에는 이란 사태 장기화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달러 강세,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따른 자금 유출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유가 상승과 해상 물류 불안이 겹치며 원화 약세 압력이 한층 커졌다.
고환율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DS 자급률은 2023년 기준 25.6%에 그친다. 2024년 국내 사용 DS의 70%가 수입품이었고, 수입액은 22억5071만 달러(약 3조8000억원)로 전년보다 2.3% 늘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환율 상승이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해외 임상과 물류비 상승까지 겹치지만, 건강보험 약가 체계상 이를 판매가격에 즉각 반영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문의약품(ETC) 비중이 높은 제약사는 급여 약가가 공적 협상과 사후관리 제도 아래 있어 비용 증가분을 가격에 넘기기 쉽지 않다. 수입 원료 의존도까지 높아 고환율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도 업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제네릭(복제약)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고, 사용량-약가 연동 등 사후관리 조정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사용량-약가 연동은 보험 등재 뒤 판매량이 예상보다 늘어 재정 부담이 커지면 약가를 다시 조정하는 제도다.
또 다른 변수는 나프타 수급 불안이다. 나프타는 에틸렌 생산의 핵심 원료다. 에틸렌은 수액백과 주사기, 의약품 용기, 포장재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의 기초 물질이다. 한국은 중동산 나프타 의존도가 높은데, 이 물량 상당수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들어온다. 이 때문에 중동 정세 불안이 길어지면 나프타 도입 차질이 곧바로 의료용 소모품과 포장재 비용 상승, 생산 차질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중동산 석유 등 핵심 에너지·원자재 수입은 호르무즈 해협과 깊게 연관돼 있어,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는 안보와도 직결된다"며 "아직 이번 전쟁의 지속 기간이나 파급 영향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정부 차원에서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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