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일 기자]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과 충남의 정치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경선은 재선의 장철민 의원, 초선의 장종태 의원, 그리고 허태정 전 대전시장이 경쟁하는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충남 역시 재선의 박수현 의원과 양승조 전 지사, 나소열 전 부지사가 맞붙는 양상이다. 표면적으로는 인물 경쟁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 본질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 현직 국회의원이 임기 중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원칙론의 등장, 그러나 일관성의 문제
지역 원로인 염홍철, 권선택 전 대전시장은 현직 국회의원의 지방선거 출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 핵심은 ‘유권자와의 약속’과 ‘공직의 책임’이다. 특히 임기 중 다른 선거에 나서는 행위를 두고 ‘중도 사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정치 언어는 화려한 수사학이 아니라 정치인의 이력과 함께 평가된다. 특히 권 전 시장의 경우 과거 현역 국회의원 시절 대전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거나 검토한 전력이 여러 차례 확인된다.
문제는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아니라 “왜 지금은 다르게 말하느냐”는 ‘불편한 질문’이 남는다. 즉, 논쟁의 초점은 ‘옳고 그름’ 이전에 정치적 일관성으로 귀결된다. 원칙은 언제나 동일하게 적용될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갖는다.
“이재명 대통령은요?”라는 질문의 무게
이 논쟁에서 가장 직관적인 반례는 이재명 대통령이다. 국회의원 신분에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고, 이는 제도적으로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이 사실은 단순한 사례를 넘어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다. 국회의원의 임기 중 출마가 문제라면, 그 기준은 어디까지 적용되는가.
결국 이 문제는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해석과 선택의 문제다. 공직선거법상 출마는 제도적으로 허용되어 있고,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출마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평가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다.
‘중도 사퇴’인가, ‘책임의 확장’인가
비판의 핵심은 국회의원의 임기를 끝까지 수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른 관점도 존재한다. 국회의원은 입법의 책임을 지는 자리이고, 시장과 도지사는 행정의 결과에 대해 직접 책임지는 자리다.
입법에서 행정으로의 이동은 단순한 이탈이 아니라 책임의 성격이 달라지는 선택일 수 있다. 정치를 직위의 연속이 아니라 책임의 이동으로 본다면, 이 문제는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라기보다 정치적 판단의 영역에 가깝다.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이 주는 시사점
중국의 등소평은 정치의 본질을 이렇게 정리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이른바 실용주의, 실사구시적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다. 이를 오늘 지방정치에 대입하면 질문은 더욱 선명해진다. 형식적 원칙론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 리더를 선택할 것인가.
유권자가 더 두려워해야 할 것은 국회의원 임기를 채우지 않는 정치인이 아니라, 무능한 권력자, 즉 ‘혼군(昏君)’의 등장일지도 모른다.
유권자에게 더 큰 부담은 ‘중도 사퇴’가 아니라 무능한 행정과 정체된 지역 발전일 수도 있다. 능력과 경험을 갖춘 국회의원이 지방정부를 이끄는 것이 지역의 기회비용을 낮추는 선택이라면, 그 역시 충분히 현실적인 정치 판단이다.
충청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는 정치 흐름
이 흐름은 대전과 충남에 국한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에는 박주민 의원과 전현희 의원이, 경기지사에는 한준호, 추미애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며 유사한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특정 지역의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한국 정치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온 하나의 경로다.
‘충청 대통합’이라는 더 큰 그림 속 정치적 전환의 기로
대전과 충남은 단순한 지방정부를 넘어 향후 정치 재편의 핵심 축이다. 2년 뒤 총선과 맞물려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크고, 세종·충북을 포함한 충청권 대통합 역시 현실 정치의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지방 행정 경험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을 동시에 이해하는 복합적 정치 역량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출신 광역단체장은 이 전환기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판단은 유권자가 한다
정치는 기억의 예술이다. 유권자는 몇몇 정치 원로의 말이 아니라 행적의 일관성을 본다. 누구에게나 출마는 열려 있어야 하고, 평가는 투표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 경선 국면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현역 국회의원의 출마 자체를 문제 삼아 경쟁을 위축시키려는 숨은 의도다. 한편으론 한 줌만 남은 마지막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지금 논쟁의 핵심은 출마 여부가 아니라, 누가 더 준비된 리더인가에 있다"면서 "국회의원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지역을 위해 어떤 비전과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또다른 현역 국회의원의 출마를 문제 삼는 목소리 뒤에 특정 후보를 유리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내며 "정치는 영향력을 지키는 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선택을 받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강일 기자(ki0051@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