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월세 물건 씨가 마른 건 매한가지예요. 대단지 아파트도 매물 한두 건 나오면 며칠 안에 바로 나갑니다. 예전에는 아파트가 비싸면 빌라로 눈을 돌리기도 했지만, 요즘은 전세 사기 무서워서 어떻게든 아파트 월세에 매달리니 가격이 안 오를 수가 있나요." (서울 강북구 미아동 공인중개사 A씨)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전세 사기 이후 빌라와 다세대 주택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수요가 아파트 월세로 몰리고 있다. 선택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월세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으며, 특히 강북권에서는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RIR)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강북권 주요 대단지 아파트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성북구 길음동과 강북구 미아동 등 도심 접근성이 좋은 단지의 소형 평형(전용 59㎡ 이하)은 빌라 수요 이탈 이후 월세 수요가 집중되며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성북구 길음동)는 전용 84㎡가 17억~19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현장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27일 기준 전·월세 매물은 5건 안팎에 그치는 등 공급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사진은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 단지.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c8cb968839019.jpg)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성북구 길음동 주요 아파트 단지의 전용 59㎡ 월세는 보증금 1억원 기준 2023년 120만원 수준에서 최근 3년새 150만원대로 상승 거래됐다. 단기간에 월세가 20% 이상 오른 셈이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약 150만원 안팎)와 유사한 수준이다. 강북권 일부 단지에서도 평균 수준의 월세 부담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급 400만원 내외 직장인이 주거비로 150만원 안팎을 지출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소득의 상당 부분이 고정비로 묶이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상용근로자 월평균 임금(약 420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최근 강북권에서 나타나는 150만원대 월세는 소득의 36% 수준이다. 세금과 공과금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주거비 비중이 40%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이종욱 의원(국민의힘)실이 한국부동산원과 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151만5000원)는 근로자 월평균 임금(420만5000원)의 36.1%에 달했다.
특히 소득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회초년생과 1인 가구 등 청년층(통상 19~34세)의 부담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다. 2024년 말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연구팀이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바탕으로 서울 강북권 가구의 주거비를 심층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강북권 청년 가구의 70%가 소득의 1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3가구 중 1가구(33%)는 20%를 넘는다. 학계와 OECD 등이 제시하는 적정 기준(RIR 30%)을 상회하는 '주거비 과부담' 가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임대차 시장에서 단순히 비용 부담 증가 현상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물건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장과 데이터를 점검해보면 월세 매물 부족 현상은 뚜렷하다. 27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기준, 3830가구에 달하는 강북구 'SK북한산시티'와 3003가구 규모의 노원구 '월계 그랑빌' 등 대단지에서도 월세 매물은 단 1건이거나 아예 없는 수준이다.
성북구의 대장주로 꼽히는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2352가구)와 '롯데캐슬 클라시아'(2029가구) 등 주요 단지는 4000가구가 넘는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27일 기준 부동산 플랫폼에 등록된 실질 월세 매물은 단 5건 안팎에 그치고 있다. 가구수 대비 매물 비중이 0.1%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길음역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예전에는 층수나 방향을 비교하며 고르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매물이 올라오면 바로 연락하지 않으면 계약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임대인도 매물 부족을 인지하고 있어 호가를 쉽게 낮추지 않고, 세입자들은 조건이 다소 높아도 일단 계약을 시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 이 같은 '매물 가뭄'은 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과거에는 아파트 전세가 부족하면 빌라나 다세대로 수요가 분산됐지만, 최근에는 비아파트에 대한 불안감 탓에 수요가 아파트로 집중되고 있다"며 "공급은 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가 몰리면서 임대인 중심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세 공급이 감소한 데다, 빌라 등 대체 주거지 기능까지 약해진 것이 현재 부담을 키운 요인"이라며 "비아파트 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과 공급 보완이 병행되지 않으면 부담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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