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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황인호 전 대전 동구청장의 오만과 꼼수


“깜깜이 후보는 과연 누구인가…”

[아이뉴스24 강일 기자] 정치는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기록은 결국 되돌아온다. 더불어민주당 대전 동구청장 후보 토론회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발단은 단순하다. 지역위원회가 기획한 정책 토론회에 한 후보가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전직 동구청장을 지낸 황인호 예비후보는 3월 25일 입장문을 내고 “깜깜이 후보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며 토론회 개최를 촉구했다. 표면적으로는 원론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한 줄씩 뜯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그는 “송곳질문을 통해 동구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려 했다”고 했다. 그리고 △ 어린이 수영장 건립 반대 전력 △ 노인병원 갑질 논란 야기 △ 구청 발주 사업과의 이해충돌 가능성까지 특정 후보들을 겨냥한 의혹을 거론했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과연 ‘토론회를 열자는 주장’인가. 아니면 ‘토론회를 빌린 정치적 공세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인가. 더 근본적인 질문도 있다. 과연 지금 상황이 “깜깜이 후보를 골라야 할 위기”인가.

황인호 후보는 이미 동구청장을 지냈다. 지역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다. 그가 이번 지방선거를 두고 '깜깜이'라는 표현을 쓰는 순간, 그 말은 곧 자신에게도 향한다. 결국 이는 상황 진단이 아닌 정치적 프레임 설정에 가깝다.

그리고 그 프레임의 방향은 명확하다. ‘토론회 = 검증의 장’이 아니라 ‘토론회 = 상대 약점 부각의 장’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따로 있다. 황인호 후보 본인의 정치 이력이다. 그는 정치 인생 동안 국민중심당, 새누리당, 자유선진당 등 다섯 차례 이상의 당적 변경을 거쳤다. 한때 안철수 지지 선언에 앞장서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지역 유권자에게 매 선거마다 “정치적 저울질”이라는 인상을 남겨왔다.

동구청장 재임 시절에도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코로나 시기 부적절한 술자리 논란, 장애인 비하 발언, 외부인의 인사 개입, 언론 상대 소송전 등은 지역사회에서 이미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즉, 그 역시 ‘검증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다.

이런 전력을 가진 인물이 상대를 향해 ‘송곳질문’을 내세우는 모습은 설득력보다 자기모순에 가깝다. 그렇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타 후보를 겨냥한 ‘송곳질문’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에 대한 ‘성찰’이다.

황인호 예비후보의 당적변천사 [사진=선거관리위원회 캡처]

여기에 더해 지역 정치권에서는 또 다른 장면을 기억한다. 설 명절 현수막에 지역위원장이 아닌 당 대표와 함께한 사진을 내건 일. 이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지역위원회 질서를 흔드는 행위로 읽혔고, 결과적으로 내부 갈등의 불씨가 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정치는 메시지다. 그리고 메시지는 의도가 아니라 ‘어떻게 읽히느냐’로 판단된다. 그 점에서 이번 입장문 역시 같은 질문을 남긴다. “정말 토론회를 원한 것인가, 아니면 토론회를 필요로 한 것인가.”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사실 이 토론회는 애초부터 정책 검증 중심의 공개 오디션 형식으로 기획된 자리였다. 후보 간 공정한 발언 기회 보장, 정책과 비전 중심 토론, 지역사회 책임 정치 확산이 핵심 취지였다. 즉, 이 자리는 누군가를 몰아붙이는 ‘송곳 심문대’가 아니라 동구의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 무대’였다.

지금 동구가 처한 현실은 가볍지 않다. 행정통합 논의 이후 지역 정체성 문제, 도시 경쟁력 약화, 인구 감소와 고령화, 복지 수요 증가, 원도심 재생과 지역경제 회복 등 어느 하나 쉬운 과제가 없다. 그래서 지역위원회가 당원 의견 수렴 타운홀, 후보 공개 토론회라는 ‘정치적 소통 구조’를 설계했던 것이다. 정치는 싸움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흐름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정책은 사라지고, 의혹만 남고 있다. 후보들이 내놓아야 할 것은 상대의 약점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법이다.

정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선택적 검증이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가혹한 기준을 들이대는 순간, 그것은 검증이 아니라 계산이 된다. 정치는 결국 태도로 평가된다. 토론회를 요구하면서 그 토론회를 ‘흠집내기 기회’로 설계했다면, 그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전략적 꼼수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스스로를 객관화하지 못하는 오만이 자리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다. 정치에서 이 말이 가장 위험한 순간은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때다. 토론회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토론회가 누군가의 흠집내기 도구로 쓰이는 순간, 그건 민주주의의 진전이 아니라 퇴보다. 그리고 그런 정치가 반복될수록 피해자는 늘 유권자다.

지금 대전 동구 정치에 필요한 것은 ‘송곳질문’이 아니다. 의혹이 아니라 해법, 공세가 아니라 책임이다.

황인호 예비후보의 당적변천사 [사진=선거관리위원회 캡처]
/대전=강일 기자(ki005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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