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지난 20일 발생한 대전 자동차 부품공장 화재를 계기로 샌드위치 패널의 구조적 취약성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동시에 도면에 반영되지 않아 관리·점검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유령 공간' 등 관리 사각지대가 복합적인 원인으로 부각됐다. 산업시설 화재가 반복됨에 따라 노후 건축물 안전 관리 체계 전반을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28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전국 샌드위치 패널 구조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7343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사망 38명 △부상 458명 등 총 496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그 중 서울은 78건의 화재 건수를 나타냈고 인명피해는 △사망 2명 △부상 5명 총 7명으로 약 6%에 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월 21일 대전 대덕구 공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2026.3.21. [사진=청와대]](https://image.inews24.com/v1/a90569bb84f4b9.jpg)
연도별 화재 사고는 △2022년 3357건 △2023년 2983건 △2024년 2630건 △2025년 2036건 순으로 집계됐다. 연간 발생 건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지만, 화재 발생 시 피해 규모는 여전히 큰 수준이라는 점에서 건축물의 구조적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샌드위치 패널은 두 겹의 철판 또는 알루미늄판(빵) 사이에 단열재(속재료)를 넣은 구조로 시공이 빠르고 비용이 낮아 산업시설에 널리 사용돼 왔다. 다만 화재 시 내부 단열재가 연소되며 유독가스를 발생시키고, 외부에서 물을 뿌려도 내부까지 소화가 어려운 특성으로 인해 초기 진압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화재 사고 발생 때마다 언급된다.
"도착하면 늦는다"…현장이 말하는 진압의 한계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지은 건물은 화재 시 전소 위험이 높다. 단열재 부분이 강한 열에 빠르게 녹아 무게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수축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화재가 어느 정도 진압된 후에 투입된 소방관들이 건물이 붕괴돼 순직하는 사례도 있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금까지 소방관 5명 이상이 샌드위치 패널 건물 화재를 진압하다 사망했다.
김시국 호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패널 내부 심재 자체가 가연물이기 때문에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가 빠르게 발생하고, 외부에서 물을 뿌려도 내부까지 침투가 쉽지 않다"며 "소방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샌드위치 패널은 화재 시 외부 철판이 변형되고 내부 심재가 팽창하거나 이탈하면서 구조적 안정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이로 인해 내부 천장이나 칸막이 등이 먼저 붕괴될 수 있어 소방대 진입이 어려워지는 환경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전국 건설 현장 및 자재 제조 공장 51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축안전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점검 대상의 약 10%에 달하는 사업장이 화재 성능 부적합 패널을 사용하거나 유통하다 적발됐다.
특히 샌드위치 패널의 화재 안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콘칼로리미터(Cone Calorimeter) 시험'에서 탈락한 자재들이 문제다. 이 시험은 실제 화재와 유사한 열을 가해 자재의 연소 속도와 열량을 측정하는데, 여기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자재는 화재 시 심재가 급격히 수축하며 건물 전체의 지지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대전 사고 현장 역시 2022년 강화된 안전 검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노후 자재들이 화를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특성이 일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 구로·성수·문래 일대 준공업지역은 노후 공장과 소규모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고, 건물 간 간격이 좁은 경우가 많아 화재 발생 시 인접 건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3월 21일 대전 대덕구 공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2026.3.21. [사진=청와대]](https://image.inews24.com/v1/dd1fa3ae979d60.jpg)
최근 서울 구로구 일대에서는 공장 화재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3월 26일 새벽 구로동 한 기계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내부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 이후 인근 공장 여러 동으로 불이 확산된 사례다. 건물 간 간격이 좁고 유사 구조가 밀집된 환경이 확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2024년 10월 11일 구로동의 한 전기자전거 공장에서 불이 나 약 3440만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대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기름 찌꺼기'와 유사하게, 배터리와 각종 부품이 밀집된 환경에서 발생한 불길이 벽면 샌드위치 패널 내부로 스며들면서 진화에 난항을 겪었다.
이들 사례는 개별 원인과 피해 규모에는 차이가 있지만, 밀집된 산업시설 환경과 건물 구조 특성이 화재 확산 과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같은 양상은 과거 물류센터 화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2020년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2021년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 역시 샌드위치 패널 내부 단열재가 연소되면서 피해가 확대된 사례로 꼽힌다.
김 교수는 "공장 건물은 시공 속도와 비용 문제로 샌드위치 패널이 많이 쓰이는데, 기존 건물을 전면 교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 때문에 노후 건물 중심으로 같은 유형의 화재 위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제도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개선이 이뤄졌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정부는 2021년 이후 샌드위치 패널 내부 단열재를 쉽게 타지 않고 일정 시간 이상 불에 견디는 '준불연' 자재로 사용하도록 기준을 강화했지만, 기존 건축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준공된 지 오래된 공장이나 창고는 여전히 과거 기준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함 교수는 "소방법과 건축법은 원칙적으로 소급 적용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기존 건물은 기준이 강화돼도 그대로 남게 된다"며 "위험도가 높은 노후 시설이 제도 밖에 머무르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기준으로 지어진 공장 가운데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도 있어, 화재 초기 대응이 어려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설비와 작업 환경에 대한 관리"라며 "전기 설비나 기계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 요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어떤 구조에서도 화재 위험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면에 없는 공간, '유령 공간'의 위험
여기서 변수는 '공간 활용'이다. 준공업지역에서는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내부를 나누거나 층을 추가로 구성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대피 동선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 교수는 "공장 내부에 설치되는 다단형 선반(메자닌 구조)은 건축물로 분류되지 않아 별도 신고 없이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공간이 휴게실이나 작업 공간으로 활용되면 도면에 없는 '유령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고, 화재 시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 도면이나 안전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공간에 사람이 머무르게 되면, 화재 발생 시 구조나 대피 과정에서 해당 공간이 고려되지 않아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소방청 통계 등에 따르면 화재 사망 원인의 상당수는 화염보다 연기와 유독가스 흡입에 따른 것으로, 대피 지연이 피해 규모를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구로소방서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공장 내부 구조가 복잡할수록 연기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시야 확보가 어려워진다"며 "결국 대피가 늦어지거나 탈출 경로를 찾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구조가 모든 화재 피해를 직접적으로 키운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개별 건물별 관리 상태에 따라 위험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결국 핵심은 '위험의 관리 방식'이라는 분석이다. 건수 감소라는 지표만으로 상황을 낙관하기보다는, 화재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함 교수는 "이 같은 문제는 개별 사업장의 책임을 넘어 제도와 관리 체계 전반이 맞물린 결과"라며 "사후 대응 중심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예방 중심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 화재를 계기로 산업시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높아진 가운데, 서울 준공업지역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점검과 관리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특정 자재나 구조만을 문제로 지목하기보다 △건물 노후도와 관리 수준 △사용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사고가 일회성 점검에 그치지 않고, 현장 중심의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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