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정재수 기자] “머리 모양이 예뻐질 때 활짝 웃는 어르신들 모습을 보면 그게 바로 제 행복이죠.”
쉼 없이 이어지는 가위질에는 망설임이 없다. 거울 속 자신의 변한 모습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어르신의 표정에 미용사의 얼굴에도 이내 미소가 번진다. 경기도 용인특례시 처인구 남사읍에서 ‘수미용실’을 운영하는 김수경 원장의 봉사 현장 풍경이다.
김 원장은 지난 5년 동안 매달 셋째 주 화요일이면 한결같이 유림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는다. 지역 내 저소득 어르신들을 위한 ‘사랑의 미용 나눔’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본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어르신들의 머리를 정성껏 손질해 주는 이 봉사는 이제 지역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원장에게 용인은 단순한 일터가 아닌 삶의 터전이다. 전주에서 태어난 그는 7살 때 용인에 자리를 잡은지 4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아왔다. 처인구 고림동에서만도 20년 넘게 생활했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용인에서 다녔다.
김 원장은 “오래 살다 보니 용인이 사실상 고향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그의 미용 인생은 비교적 늦게 시작됐다. 김 원장은 40대 초반에 미용에 도전했다. 그 전에는 회사에 다니기도 했고 간호조무사로 일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관심이 있었던 분야였지만 쉽게 시작하지 못했던 미용을 뒤늦게 선택한 것이다.
김 원장은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도전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미용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남다르다. 김 원장은 미용을 시작한 초반에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는 봉사활동을 접하게 됐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한 두 번 참여한 뒤 이어가지 않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김 원장은 “나는 그래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게 봉사를 이어오다가 코로나19 시기에는 잠시 멈췄지만 이후 행정복지센터 직원의 권유로 지금의 미용 봉사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봉사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기술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안부를 묻고 말벗이 되어 드린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에게 김 원장은 솜씨 좋은 미용사이자 싹싹한 딸이고, 다정한 이웃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미용실 한 번 가는 것도 큰맘 먹어야 하는데 원장님이 직접 와서 예쁘게 깎아주니 십 년은 젊어진 기분”이라며 “매번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거름도 없이 이어온 나눔은 유림1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귀감이 되고 있다.
한병성 유림1동장은 “김수경 원장의 꾸준한 헌신 덕분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이 큰 위안을 얻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오히려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김 원장은 “미용 기술 하나로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며 “어르신들이 거울을 보며 만족해하실 때 느끼는 보람이 지난 5년 동안 봉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남사읍의 작은 미용실에서 시작된 이 작은 날갯짓은 지역 사회 전반에 나눔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김 원장은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어르신들을 위한 미용 나눔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삭막해져 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김수경 원장의 ‘사랑의 미용 나눔’은 오늘도 우리 이웃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다.
/용인=정재수 기자(jjs388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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