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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복합위기를 건널 키워드는 AI와 초협업"


[창간 26주년]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 석좌교수 인터뷰
"한국 경제는 ‘다층적 퍼펙트 스톰’ 안에 놓인 형국"
“AI·초협업으로 생산성 구조 바꿔야…5~7년 승부처"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지금 우리는 '다층적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안에 있습니다. 지정학적 위기, 내수 침체, 구조적 저성장, 정치 불안정과 노사 갈등으로 인한 신뢰자본의 결손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죠."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aSSIST) 석좌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이런 진단은 윤 교수 뿐만 아니라 아이뉴스24가 창간 26주년을 맞아 인터뷰한 전문가들의 진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마디로 '복합 위기'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 위기를 헤쳐나갈 해법이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만난 윤 교수는 해법으로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초협업'을 강조했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가 20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가 20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윤 교수는 지난해 12월 경제·경영서 'X경영'을 내놓은 바 있다. 과거의 산업이 하나씩 차근차근 쌓아가는 '더하기(+) 경영'을 요구한 것과 달리 최근의 산업은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비약적 성장을 가져오는 '곱하기(X) 경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게 요지다. 그리고 그 핵심 수단이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초협업'이다.

“10을 세 번 더하면 30이지만, 세 번 곱하면 1000이 됩니다. 이게 초격차입니다. 짧은 기간에 초성과가 나타납니다. 더하기(+)경영 시대가 끝났고 곱하기(×)경영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X는 곱하기 부호이며, 콜라보(Collaboration) 부호이기도 합니다. 또한 AX, DX처럼 대변혁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가 20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가 20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퍼펙트스톰 속 한국경제…AI 대전환은 필수"

윤 교수가 지금 상황을 ‘다층적 퍼펙트 스톰’으로 본 것은 단순한 경기 둔화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크게 바뀐 구조적 문제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은 복잡하고 다층적입니다. 미·중 갈등을 넘어 중동 전쟁으로 공급망과 에너지가 무기화되었습니다. 가계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고물가와 고금리가 소비의 숨통을 조이고 있습니다. 2026년 현재 우리 잠재성장률은 1%대 중반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엔진’ 자체가 식어가고 있다는 매우 엄중한 신호입니다."

윤 교수는 '다층적 퍼펙트 스톰'의 원인 중의 하나이자 해법의 근간으로 AI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 시대를 문명의 대전환기, AI문명기의 시작으로 본다. 지정학적 갈등의 원인과 X경영 시대의 도래 모두 AI와 연과돼 있는 것이다.

"지금은 문명의 대전환기입니다. 제4차산업혁명이 끝나고 AI문명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구경영으로는 신문명을 뚫고 나갈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더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전략을 써야 합니다. AI와 협업하고 로봇과 공동작업을 하여 생산성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고, 초협업을 통해 생태계를 확장하는 기업만 살아남게 됩니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가 20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가 20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요즘은 '깐부'도 셋이 모여…다자간 초협업 필수

윤 교수가 말하는 초협업은 과거의 기업간 협력이나 협업과는 다르다. 협업보다는 '초(超)'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 超는 협업을 X차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뜻한다. 양자 협력이 아니라 최소 셋 이상, 지역적으로도 글로벌 협력을 뜻한다.

"요즘은 ‘깐부’라고 해도 둘이 아니라 셋이 모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이 보여준 '깐부치킨' 보셨잖아요. 사업 내용이 다른 회사가 서로 글로벌 차원에서 손을 잡은 거잖아요. 이게 바로 초협업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협업은 초고속화하고 있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필연적 대응이다.

"이제 기업 한 곳이 단독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곳도 혼자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서로 연결하고 결합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됐습니다. 자신의 강점을 타사의 강점과 결합시켜야만 합니다.

엔비디아(NVIDIA)를 보십시오. 그들은 그래픽 카드 회사였지만, 연산 능력과 AI 알고리즘을 결합하여 세상의 모든 데이터가 통과하는 ‘AI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세계 여러 기업들과 무한협업을 하며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에 에너지 솔루션과 우주 기술을 곱해 모빌리티를 재정의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영역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분야와 결합하는 X경영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치킨집 '깐부치킨' 앞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중국과 제조업 정면승부 보다 韓 강점 살려 협업 추구해야"

한국 경제의 문제 가운데 하나는 전통적인 제조업부터 첨단산업까지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석유화학 철강을 비롯한 전통제조업과 디스플레이 TV 가전 배터리 등의 산업이 중국과 대결하고 있다. 윤 교수는 중국과도 정면승부보다 초협업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제조업으로 중국과 정면 승부를 하면 결국 우리가 깨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큰 시장을 기반으로 한 원가경쟁력을 감당하기 어렵고 최근에는 기술력마저 추월당하는 분야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 기업들과 우리 기업이 초협업에 나서는 것처럼 중국 기업들과도 우리의 장점과 그들의 장점을 결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우리의 강점을 잘 살려 초협업으로 새 시장을 만들 길을 찾아야 하죠. 공급망을 중국 중심에서 인도 아세안 등으로 다변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 22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포럼(CDF) 개막식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2026년 3월 22일. [사진=연합뉴스/AFP]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앨범 발매를 기념해 컴백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뉴 비즈니스'와 '올드 비즈니스' 격차 더 벌어질 것"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문제 가운데 하나는 'K자형 성장'이다. 되는 곳만 되고 안 되는 곳은 안 되는 문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등이 대표적이다. 윤 교수는 앞으로 'K자형 성장'의 또 다른 모습은 전통적인 '올드 비즈니스'와 새로운 '뉴 비즈니스' 사이에서 극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봤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었잖아요. 'K자형 성장'의 일면이기도 하지만 'X경영' 시대의 상징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뉴 비즈니스의 영향력은 더 막강해질 것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올드 비즈니스' 기업에서는 오너 가문의 세대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에요. 부모 세대는 차근차근 쌓아온 사업을 자식 세대가 무리하지 않고 무난하게 이어가주기를 바라지만 AI 등 새로운 기술과 경영 기법을 배운 자식 세대는 과거 사업이 저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변화를 꾀하고 싶어하죠.

제 생각에는 기존 사업을 그대로 물려주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업종 자체를 바꾸는 수준의 전환이 필요해요. 일종의 구조조정인데, 새로운 시대에 맞게 새로운 사업을 위해 대변신을 해야할 수도 있어요."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가 20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가 20일 서울 강남구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한국의 제조 노하우 들고 글로벌 사우스로"

윤 교수는 전통 제조업의 돌파구 가운데 하나로 ‘글로벌 사우스’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몇 안 되는 제조 강국입니다. 중국과 경쟁이 점차 심해져 어려운 국면이지만 그 유산은 소중한 것이죠. 그 유산을 가지고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와 손잡고 진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봐요.

단지 제품과 서비스만 갖고 진출하는 게 아니라 한국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 경영 노하우와 교육 시스템까지 함께 가져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 나라를 부자로 만들어주면서 같이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윤 교수는 한국 경제가 BTS나 케데헌 등 한류를 잘 활용방안에도 조언했다.

"지금 한류 덕분에 코리아의 국가브랜드 파워가 치솟고 있습니다. 어느 회사 제품이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듯 어느 나라 제품이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이제는 모든 산업에서 양보다 질로 승부해야 합니다. 지금 수많은 국가들에게 코리아는 국가발전 성공모델이고 벤치마킹 대상입니다. 우리의 성공방식을 그들에게 전수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K-교육모델, K-경영방식 등을 전수하여 그들의 발전에 기여하면서 협업을 해가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윤은기 석좌교수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인하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교육·경영 전문가다.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차관급),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 등을 지내며 공공과 민간, 학계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펼쳤다. 한국협업발전포럼 회장, 공군정책발전자문위원장, 대한민국 인공지능혁신대상위원회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KBS·EBS·MBN 등 방송에서도 활동하며 경제와 경영을 대중에 쉽게 전달해왔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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