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건설 중인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공장). SK하이닉스는 600조 원을 투입해 총 4기 팹을 조성할 계획이다. 2026.01.23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4c616f7f523bf.jpg)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경기 남부 반도체 클러스터'는 민간 주도로 경기 용인 일대에 2047년까지 총 622조원을 투입해 16개 팹(fab)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국가 산업단지'라는 이름 아래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 경쟁력을 속도감 있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그 이면에서는 산업과 인구, 자본이 동시에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구조를 고착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한 해 반도체·2차전지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총 2111억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77.4%에 달하는 1635억원이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기반시설 구축과 전력 공급 지원에 집중됐다.
민간 투자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허 의원에 따르면 2023년 7월과 2024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수립된 전국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민간 투자 예산 (계획) 718조원 가운데 약 90%에 해당하는 648조원이 수도권 반도체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건설 중인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공장). SK하이닉스는 600조 원을 투입해 총 4기 팹을 조성할 계획이다. 2026.01.23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bf21f27ac160a6.jpg)
반도체 업계는 이 같은 투자 집중이 산업의 구조적 특성과 맞물린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초정밀 공정, 촘촘한 공급망, 원활한 인력 수급을 기반으로 한다. 공정 간 시간 지연을 최소화해야 하고, 수백 개 협력업체가 긴밀하게 연동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산업적 특성 때문에 이미 인프라와 협력망이 구축된 지역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기업들 설명이다.
경기 남부는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춰 업계 입장에선 가장 매력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대기업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반경 내 밀집해 있고, 전력·용수 등 필수 자원의 공급 역시 이미 기업들의 밀집으로 수요처가 확보돼 있는 만큼 탄탄하다. 여기에 판교 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한 설계(팹리스) 인력과 소프트웨어 인력, 인근 대학·연구기관까지 연결되면서 '설계-생산-장비-인력'이 하나의 권역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정부 정책의 큰 방향은 경기 등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으로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넓히겠다는 것이지만 업계는 수도권 집중을 사실상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올해 초 여권에서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 이전론이 제기됐을 당시에도, 업계는 클러스터의 한 축인 SK 하이닉스의 1기 팹이 이미 2027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일 뿐 아니라 수도권의 '인프라'를 포기하는 건 어렵다며 난색을 보인 바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200개가 넘는 협력업체가 함께 이동해야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현실 역시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과정에서 속도와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기반이 갖춰진 수도권 중심 투자가 사실상 용인돼 왔다는 것이다. 각종 인프라 지원 또한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우선 배분되며 결과적으로 쏠림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러한 수도권 중심의 순환 구조가 지방의 산업 기반 전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제도를 통해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이나 지방 신·증설 투자에 최대 300억원을 지원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 역시 세제 혜택과 부지 제공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도권에 형성된 산업 생태계의 밀도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건설 중인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공장). SK하이닉스는 600조 원을 투입해 총 4기 팹을 조성할 계획이다. 2026.01.23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49dbc5c8f86dcf.jpg)
실제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 건수는 지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72건이던 지원 건수는 △2021년 69건 △2022년 62건 △2023년 55건 △2024년 54건 △2025년 50건(추정치)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마저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의 완전 이전 사례는 한 자리수에 그쳤고, 신·증설의 경우가 대다수였다.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검증된 수도권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인구 이동 역시 구조화되고 있다. 최유망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와 연관 산업의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청년층의 유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역 대학이 관련 인재를 양성하더라도 상당수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수도권이 인재를 빨아들이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유출은 지역 소비와 서비스 산업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기업 유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수도권 중심의 순환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국가 전략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쟁력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수도권 과밀로 인한 비용 증가와 지방 공동화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산업 생태계 전반의 지속 가능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반도체 산업 성장의 엔진을 키우는 것 만큼이나 그 엔진이 만드는 공간적 불균형도 함께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의원은 "전략산업 수도권 초밀집 구조는 평시에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공급망 충격이나 재난 상황에서는 국가 산업 전체를 마비시키는 치명적 취약성도 동시에 갖고 있다"며 "단일 바구니에 담긴 위험을 분산해 산업안보 차원의 회복탄력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지역 배려를 넘어,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다핵형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필수 결단"이라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반도체·AI 첨단산업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향자 최고위원은 "단숨에 지방이 수도권을 따라잡기엔 구조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최근 광주·전남이 통합특별법 통과와 함께 추진 중인 '반도체 삼축 클러스터 구상'을 예로 들며 "지자체가 투자할 수 있는 여건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 정부·기업 차원의 투자가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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