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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갈지자 정치’ 前 대전시장, 이제는 만족해야 할 때


[아이뉴스24 강일 기자] 정치인의 말은 결국 자신의 과거와 함께 평가된다. 최근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현직 국회의원의 대전시장 출마를 두고 “유권자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자 지역 정치권에서 미묘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원칙론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 이력을 함께 떠올려 보면 이 발언은 적지 않은 정치적 질문을 던진다.

‘탄돌이’에서 시작된 정치 인생

권 전 시장의 중앙 정치 진입은 2004년 17대 총선이었다. 그는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 선거는 정치사적으로 특수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다가 역풍을 맞으면서 여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던 이른바 ‘탄핵 역풍 총선’이었다. 당시 새로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탄돌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권 전 시장 역시 그 정치적 흐름 속에서 중앙 정치 무대에 들어온 인물이다.

이후 그의 정치적 소속은 한 번에 머물지 않았다. 2006년에 대전시장 출마를 희망했으나,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옮겨간 염홍철의 전략공천이 유력시되자 이에 불만을 품고 탈당했다.

곧바로 국민중심당 창당에 합류한 그는 후신인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18대 총선에 무난하게 당선됐지만 19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의 지지기반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잠식당하며 낙선됐고 이후 자유선진당이 결국 새누리당에 통합되자 민주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경력을 두고 “충청 정치의 현실적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동시에 대표적인 ‘철새 정치’ 사례로 거론되기도 한다.

사면을 둘러싼 정치적 장면들

권 전 시장은 이후 대전시장에 당선됐지만 2017년 정치자금법 사건으로 시장직을 상실했다. 정치적 공백 속에서 그는 오랜 기간 복권을 기다려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발언들도 적지 않은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사면 이전 인터뷰에서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며 사면을 기대한다고 밝혔고, “정당을 선택한다면 신의 정치를 선택하고 인간의 도리를 하고 싶다”는 말도 남겼다. 윤석열 정부에 보내는 구애편지였다.

이 시기 그는 현직 대전시장인 이장우 시장과의 친분을 언급하며 시정 운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결국 2024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이 이뤄졌다. 정치 활동의 길이 다시 열린 것이다.

다시 민주당으로

그러나 복권 이후 권 전 시장이 택한 길은 여권이 아니라 민주당 복귀였다. 그는 2025년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했고, 2026년 초 더불어민주당 복당을 통해 정치적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 며칠 전 현직 국회의원의 시장 출마 비판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과거 국회의원 시절 자신 역시 대전시장 출마를 검토하거나 선언했던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번 발언을 두고 “전형적인 내로남불 아니냐” “2026년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몸값을 높이기 위한 포석 아니냐” “궁극적으로는 2028년 총선을 염두에 둔 재기 전략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물론 이것이 그의 실제 의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에서 메시지가 어떻게 읽히느냐 역시 정치인의 책임이다.

살수대첩이 남긴 한 줄의 시

역사에는 정치인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장면이 있다. 고구려 장군 을지문덕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냈다는 시가 있다. 이른바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다

“신책이 천문에 통하고 묘산이 지리에 달했으니

싸움의 공이 이미 높다. 만족할 줄 알고 돌아가라”

적장에게 보낸 시였지만 그 메시지는 단순했다. 이제는 물러날 때를 알라는 것이었다.

권선택의 마지막 선택, 정치에도 ‘만족할 줄 아는 순간’이 있다

권선택 전 시장은 이미 두 번의 국회의원, 대전시장 등 두 개의 큰 공직을 경험했다. 지역 정치사에서 결코 작은 경력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선거가 아니라 정치 인생을 정리하는 품격 있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정치인의 평가는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결정된다. 70세가 넘은 권 전 시장에게도 이제는 스스로에게 물어볼 시간이 온 것 같다. “공이 이미 높으니, 이제 만족해도 되지 않는가”

/대전=강일 기자(ki005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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