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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수급 '비상등'…석화업계 가동률 낮추며 '버티기'


호르무즈 봉쇄에 나프타 수송 차질…석화 원료 수급 비상
국내 나프타 60% 중동 의존…정유사 공급 확대도 한계
NCC 가동률 80%→69%…석화기업들 생산 줄이며 대응
수급 차질 장기화 땐 공장 셧다운 우려…제조업 연쇄 타격 가능성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본격적인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선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원료 수급 압박이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핵심 원료인 나프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업계는 임시 방편으로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 조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국내 제조업 전반에 미칠 차질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NCC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 지역 정세 악화로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막히면서 나프타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나프타는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핵심 원료다. 이 원료를 조달받아 NCC 공정을 통해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고무 등을 생산한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동 지역에서 전체 수급의 약 60% 수준의 나프타를 공급받고 있다. 나머지 40%는 국내 정유사의 원유 정제 공정을 통해 생산된 물량으로 충당하고 있다. 다만 최근 중동발 원유 수송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정유사들 역시 원유 도입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유 공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 공급을 단기간에 확대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국내 업계가 비축해놓은 나프타는 약 2주에서 한 달 정도를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약 208일분 수준의 비축유를 단계적으로 방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현실적인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비축유는 원유 형태로 공급되기 때문에 정유 공정에서 어떤 제품을 우선 생산하느냐에 따라 나프타 공급량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휘발유와 경유 등 수송용 연료 생산을 우선 확대할 가능성이 커 상대적으로 나프타 생산 비중이 줄어 수율이 낮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비축유가 시중에 풀리더라도 석유화학 업계에 돌아가는 나프타 물량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여천NCC의 경우 이미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도 고객사에 공급 불가항력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업계는 우선 NCC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원료 수급 차질에 대응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ICIS에 따르면 지난달 약 80% 수준이던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평균 가동률은 이달 말 69%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별로 보면 여천NCC는 가동률을 기존 90% 수준에서 68%까지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유화 울산 공장 역시 80%에서 75% 수준으로 가동률을 낮췄다. GS칼텍스 여수 NCC도 기존 83%에서 60% 안팎으로 가동률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케미칼은 대산 공장 가동률을 80% 수준에서 70% 안팎으로 낮추고, 여수 공장의 정기 보수 일정도 당초 4월 초에서 약 2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화학 역시 가동률 조정에 들어간다. 대산 NCC는 가동률을 약 54%까지 낮추는 가운데 여수 단지는 1공장과 3공장 가동률을 각각 64% 수준으로 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 대산공장 NCC 전경. [사진=LG화학]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당분간 가동률을 낮추는 임시 방편을 택했지만 나프타 수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단순한 가동률 조정 수준을 넘어 공장 셧다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산단별 가동률 조정을 비롯해 원료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사태가 길어질 경우 일부 설비 가동 중단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루 단위로 나프타 재고 물량 점검 회의를 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은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고무 등 다양한 산업의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만큼 파급 효과도 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나프타 수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와 전자, 포장재 등 주요 제조업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료 공급 불안이 이어지면 국내 제조업 공급망에도 연쇄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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