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특허 제도 변화가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의 소송 남발을 부르고 미국 제조업과 첨단산업 경쟁력, 국가안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5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책 싱크탱크 잭 켐프 재단(Jack Kemp Foundation)의 아이크 브래넌(Ike Brannon) 선임연구원은 최근 워싱턴타임스 기고문에서 미 상무부가 추진 중인 특허 정책 변경이 특허 남용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왼쪽), SK하이닉스 사옥 전경. [사진=각 사]](https://image.inews24.com/v1/96b306296b220b.jpg)
브래넌 연구원은 해당 변경안이 질 낮은 특허를 더 강하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제도는 특허무효심판(IPR)이다. IPR은 피소 기업이 특허심판원(PTAB)에서 특허 유효성을 신속히 다툴 수 있는 절차로, 2011년 미국발명법(AIA) 도입 이후 특허 소송 남발을 억제하는 핵심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가 제안한 변경안은 IPR 신청 절차를 대폭 수정하고 신청 시기와 방법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브래넌 연구원은 "불명확하거나 일관성 없는 기준으로 정당한 IPR 신청을 기각할 경우 부실한 특허가 검증을 피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게 될 수 있다"며 "실제 제조기업들의 희생으로 특허괴물과 그들의 투자자들이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90년대 정보기술(IT) 산업 성장기 미국 특허청이 급증한 특허 출원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하면서 유사하거나 수준이 낮은 특허가 대거 등록됐고, 이후 특허 침해 소송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이나 제조 없이 특허를 사들여 소송으로 수익을 내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들이 이 틈을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늘고 있는 제3자 소송 자금 조달 구조도 문제로 지목됐다.
브래넌 연구원은 헤지펀드 등 투자기관이 개입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특허 소송에 자금을 대면서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합의금이나 배상금을 노리는 구조가 확산할 수 있다고 봤다.
브래넌 연구원은 이런 구조가 외국 자본의 개입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과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외국 투자자가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 소송에 관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브래넌 연구원은 특히 반도체 공장, 첨단소재 생산시설, 바이오 제조 허브 같은 대규모 투자는 소송 위험과 지식재산권 보호 체계의 안정성에 크게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인공지능(AI), 첨단 제조, 바이오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강한 권리 보호와 남용 방지 장치 사이의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소송 안전장치인 IPR이 약화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집중 육성하려는 산업 분야에서도 투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메모리 업체 넷리스트와의 특허 소송에서 약 4억2000만달러(약 6300억원) 규모의 배심 평결을 받은 바 있다. 넷리스트는 2021년 SK하이닉스와도 4000만 달러(약 600억원) 규모의 합의를 끌어낸 바 있다.
브래넌 연구원은 "혁신을 촉진하는 특허 제도는 강력한 권리 보호와 남용 방지 장치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IPR 제도를 유지하고 소송 자금 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회와 상무부가 혁신 생태계보다 소송 이익을 강화하려는 일부 이해관계자의 압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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