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정부가 부동산 세제의 대수술을 예고하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에 이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살지 않는 집은 경제적으로 손해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밝히며 실거주 중심 과세와 보유세 강화를 공식화하자, 관심은 곧 '보유세 실효세율 1% 시대'로 쏠렸다.
이 대통령의 싱가포르 순방 이후 '싱가포르식 실거주 과세 모델'이 정책 참고 사례로 거론되면서, 다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보유자까지 과세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보유세율만 높이는 '체리 피킹식 도입'은 시장 왜곡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보유세 강화·장특공제 축소' 발표가 다주택자의 매물을 유도할지, 아니면 시장 혼란을 키울지는 향후 두 달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세제 개편의지를 재강조한 가운데,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은 30억 중반~40억 초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남산 인근에서 바라본 이파트 전경.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703a19a3aef1a.jpg)
김 장관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향후 부동산 정책의 지향점을 명확히 했다. '실거주 외 투기 수요의 철저한 차단'이다.
그는 초고가 및 비거주 1주택자가 이번 세제 개편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들어간다"고 못 박았다. 특히 그는 "살지도 않으면서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손해라는 일관된 정책을 펼 것"이라며, 보유세 인상뿐만 아니라 그간 1주택자들이 누려온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까지 도마 위에 올렸다. "집값이 오른 것에 비해 낸 세금이 월급쟁이와 비교하면 말이 안 되는 수준"이라는 날 선 비판과 함께 세제 전반의 대수술을 예고한 것이다.
이는 기존의 다주택자 규제 중심 과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세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 신호로 해석된다. 싱가포르가 실거주 주택에는 낮은 보유세를 적용하면서도 비거주 주택에는 최대 36%의 징벌적 세율을 매기는 모델을 한국 실정에 맞춰 도입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면서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전문가들은 '세제 패키지의 조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보유세를 올리고 장특공제를 축소하는 방향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려면 그에 걸맞은 '퇴로'가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유세 실효세율이 1~2%대에 달하는 미국과 영국은 상대적으로 거래세 문턱이 낮은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 국세청(IRS)에 따르면, 주 거주 주택(주거용 주택·Primary Residence)을 매각할 경우 부부 합산 기준 최대 50만 달러(약 6억7000만원)까지 양도소득세가 면제된다. 주거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 부담을 줄여 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프로포지션 13(Prop 13)' 제도에 따르면, 주택 보유세는 취득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표준이 산정돼 장기 거주자의 세 부담 급증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영국 역시 보유세인 카운슬 택스(Council Tax)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신 거래 단계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평균 보유세 실효세율은 약 0.8~1% 수준으로 한국(0.2~0.3%)보다 3~4배 높은셈이다. 영국 정부 공식 웹사이트(GOV.UK)에 따르면, 영국은 최근 주택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을 24% 수준으로 조정하며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카운슬 택스는 주택 소유자가 아니라 실제 거주자가 납부하는 구조다. 공공 서비스 혜택을 받는 사람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 반영된 제도다. 대신 취득 단계에서는 기업형 임대사업자 등에 대한 세제 혜택을 통해 민간 임대주택 공급의 제도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은 비거주자가 주택을 취득할 때 2%의 추가 인지세(SDLT)를 부과하는 등 자국민 실거주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미 취득세(최대 12%)와 양도세(최고 82.5%)가 모두 높은 '고거래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려면 취득세와 양도세를 어느 정도로 낮춰 전체 세부담의 형평성을 맞출지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며 "전 단계 중과는 조세 저항만 키울 뿐"이라고 제언했다.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가 나오면서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기준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9720건으로 약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매물 증가세 자체는 지난달 대비 다소 완만해진 모습이다.
가격 조정 흐름도 감지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2주(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송파구(-0.17%) △강남구(-0.13%) △서초구(-0.07%) 등 강남 3구의 하락 폭은 전주보다 확대됐다. 특히 30억원 중반에서 40억원을 웃도는 초고가 단지들은 보유세 인상 예고의 영향권에 들어가며 가격 조정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세제 개편의지를 재강조한 가운데,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은 30억 중반~40억 초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남산 인근에서 바라본 이파트 전경.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f6ca30be0141b.jpg)
다만 압구정 등 전통적인 선호 지역에서는 '확실히 가격이 조정된 급매물'에 한해 대기 수요가 간헐적으로 유입되며 거래가 성사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반면 중저가 시장은 상대적으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대문·노원·관악 등 10억~15억원 이하 지역에서는 실수요 중심의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가운데 15억원 이하 비중은 84.3%에 달했다. 매물 총량이 늘었음에도 전월세 부족에 지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며 거래를 떠받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서대문구(0.26%) △성북구(0.27%) 등의 상승률은 서울 평균(0.08%)을 크게 웃돌았다.
성북구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강북권 10억~15억원대 중저가 단지는 전월세를 포기하고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가 늘면서, 매물 소진 속도가 강남보다 빠를 것"이라며 이는 무주택자가 가격에 맞춰 움직이는 '키 맞추기' 장세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세제 개편과 함께 '금융'과 '공급'을 동시에 활용하며 시장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매물 잠김' 현상을 막기 위해, 대출 규제와 통화 정책까지 포함한 종합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향후 두 달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예고한 '보유세 강화·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조치가 다주택자의 매물을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지, 악재가 될지는 시장의 촉각이 집중되는 사안이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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