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소프트웨어 거점인 포티투닷(42dot)이 약 65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추진한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 정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초기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지난 3년간 이어온 '스타트업 포티투닷'의 실험적 시대를 끝내고 현대차그룹 직할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분명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포티투닷의 지난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창업주인 송창현 전 대표가 물러나는 과정에서 내부 잡음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인사 갈등이 아니다. 하드웨어 양산에 최적화된 레거시 산업의 논리와 자율성과 파격을 앞세운 스타트업 문화가 부딪힌 전형적인 충돌 사례다.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양산 성과가 뒤처진다는 그룹 내부의 의구심과, 독자적인 기술 노선을 고집했던 포티투닷 사이의 간극은 결국 리더십 교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자칫 흔들릴 수 있었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의 키를 다잡은 것은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었다. 장 부회장은 "SDV 전략의 연속성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며 사태 수습 전면에 나섰다. 리더십의 공백이 미래 생존 전략의 지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인물이 바로 엔비디아와 삼성전자를 거친 박민우 신임 사장이다.
박 사장의 부임과 동시에 포티투닷은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진입했다. 박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원팀(One Team)'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와 포티투닷 구성원 사이의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그룹 전체의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의지다. 포티투닷이 박 사장의 취임에 맞춰 유상감자를 통해 외부 주주 지분을 완전히 정리하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려는 움직임은 그룹의 중장기 로드맵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이제 현대차그룹의 SDV 전략은 2단계로 진입했다. 1단계가 포티투닷이라는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며 가능성을 엿본 '실험의 시기'였다면, 박민우 체제의 2단계는 그 결실을 실제 도로 위로 끌어올려야 하는 '완성의 시기'다. 포티투닷에는 화려한 기술 시연이나 자유로운 실험의 단계를 넘어서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전 세계 수백만 대의 양산차에 적용 가능한 안정적인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현대차그룹의 SDV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할 때다.
포티투닷이 추구해온 혁신은 이제 거대한 조직의 톱니바퀴 속에서 실제 작동하는 결과물로 증명돼야 한다. 스타트업의 유연한 DNA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차라는 거대한 하드웨어 엔진에 완벽히 이식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의선 회장이 강조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의 도약은, 포티투닷의 혁신이 연구실을 넘어 수백만 대의 차량 안에서 현실적인 성과로 발현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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