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윤석열정부가 2024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과학기술계에 회오리가 몰아쳤다. 아직도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하면서 박인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규명 TF’를 만들어 조사하고 있다. 1차 조사 결과 윤석열정부 당시 윗선 몇 명이 작당해 만든 ‘급조 R&D’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재명정부의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중간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반면교사(反面敎師, 다른 사람의 잘못된 일이나 실패를 보고 저렇게 해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깨달음)’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c1a27782f9c30.jpg)
이재명정부의 과기정통부는 “R&D 예산·정책 심의의 중요성을 감안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내의 심의기능을 분리, 심의회의 위상 강화와 예산 심의기능 체계화에 나서겠다”고 제시했다.
자문회의 민간전문가에 심의 중간결과를 공유하는 절차를 신설하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외부 모니터링 강화와 심의 과정 중 현장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같은 대책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기정통부가 최근 자문회의의 R&D 예산 심의기능을 분리하는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최근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가 국회 특정 의원을 만나 국가 R&D 예산 심의기능을 자문회의에서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과기정통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존 자문회의에서 심의회의 분리안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가 국회와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과기계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가 R&D는 범부처 예산인데 특정 부처가 심의기능을 가져가면 가뜩이나 부처 칸막이로 서로 아옹다옹하는데 그 갈등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수 심판론’이 또다시 제기될 것이고 지지부진한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자문회의의 심의기능을 빼앗는 식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문회의의 R&D 심의회의를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이관할 게 아니라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자문회의는 의장이 대통령으로 범부처 예산을 다루는 데 최적의 시스템”이라며 “그동안 자문회의 심의회의는 이미 확정되다시피 한 수백 페이지의 내년도 예산안을 깨끗하게 제본해 위원들 앞에 놓아주고 하루 만에 ‘탕, 탕, 탕’ 치던 순간에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심의를 여러 차례 진행하고 ‘정반합’을 이루는 말 그대로 ‘심의(審議, 심사하고 토의함)’의 기본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관료들이 만든 안에 대한 ‘거수기’ 역할이 아니라 최적의 예산안을 만들기 위한 신선한 ‘촉매’ 역할로 자리매김하자는 거다.
윤석열정부 당시 R&D 원점 재검토가 갑자기 이뤄지면서 2023년 6월 30일 자문회의 심의회의는 보류됐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른 자문회의 심의기한을 준수하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렀었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정부의 R&D 예산안 폭거에 대해 진상조사까지 하면서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선언한 이재명정부의 과기정통부가 진정성 있게 나서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심의회의를 자문회의에서 과기정통부로 이관하기 위해 물밑작업 하면서 심의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조처도 아직 내놓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교사’가 아니라 ‘도루묵’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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