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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하는 전세] (1) "더이상 사금융 방식에 기대선 안돼"


자가보유율 61% 달하지만 임대 의존 가구는 더 많은 63%
전세 사라지고 월세화⋯대안으로 '기업형 임대주택' 주목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다다익선(多多益善)'에서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분명하게 자가 1주택 보유를 권장하고 있어서다. 임대사업자나 다주택자가 전체 주택시장의 흐름을 왜곡시킨다는 평가에 기반한다. 그렇다면 무주택 또는 유주택 세입자가 합리적이고 편리하게 거주하려면 어떤 주택이 공급돼야 할 것인가. 공공임대보다 비중이 훨씬 적은 기업임대주택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현황과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대한민국 임대차 시장은 사실상 거대한 '사금융 시장'입니다. 상당수 가구가 임대차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이를 관리할 공적 시스템이나 전문 산업 없이 개인 간 '돈 빌리기' 계약에 주거 안정을 맡겨온 결과가 지금의 전세 사기 사태입니다."(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한국 임대차 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분석이다. 정부가 '자가 1주택' 중심으로 정책을 재편하려는 사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임대차 구조는 여전히 개인 임대인의 신용과 계약 관계에 의존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나 산업 구조는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세를 중심으로 형성된 개인 임대 시장의 한계가 드러나며 기업형 임대 등 새로운 주거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남산 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김민지 기자]
전세를 중심으로 형성된 개인 임대 시장의 한계가 드러나며 기업형 임대 등 새로운 주거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남산 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김민지 기자]

전세 사기 여파로 개인 간 계약에 의존해온 임대차 시장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전세 구조의 균열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약 4조3000억원에 달했다. 또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특별법 시행 이후 올해 2월 말까지 누적 피해자는 3만6950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개인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구조가 더 이상 시장 변동성을 감당하기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유지돼 온 ‘다음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이전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구조가 점차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임대차 시장의 영향 범위 역시 생각보다 넓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자가보유율은 약 60% 수준이지만 실제 본인 집에 거주하는 자가점유율은 이보다 낮다. 여기에 집을 보유하고도 다른 지역에서 임차로 거주하는 가구까지 포함하면 수도권에서 임대차 시장에 의존하는 가구 비중은 약 63% 수준으로 추산된다.

결국 임대차 시장의 안정성은 일부 세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과제라는 의미다. 그동안 주택 '소유'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정책 논의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를 중심으로 형성된 개인 임대 시장의 한계가 드러나며 기업형 임대 등 새로운 주거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남산 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김민지 기자]
수도권 가구의 자가보유율은 60%를 상회하지만, 본인 소유 주택에 직접 거주하는 비율(자가점유율)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투자·교육·직장 등의 사유로 내 집은 임대하고 본인은 타인의 주택에 임차 거주하는 '소유,거주 분리 가구(약 23%)'를 포함할 경우, 실질적으로 임대차 시장 리스크에 노출된 가구 비중은 63%에 육박한다. [표=김민지 기자]

전세 이후의 임대 시장…'개인'에서 '기관'으로

전세 중심으로 형성돼 온 개인 임대 시장이 흔들리면서 임대 주택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 집주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과 전세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기존 개인 중심 임대 구조만으로는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주목받는 모델이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개인 집주인이 아니라 기관 자본이나 전문 운영사가 주택을 확보해 임대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계약 관리와 시설 유지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미 하나의 주거 산업으로 자리 잡은 모델이다.

미국에서는 '멀티패밀리(Multifamily)'로 불리는 기업형 임대주택이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의 주요 자산군으로 꼽힌다. 영국에서도 '빌드 투 렌트(Build to Rent)' 모델을 중심으로 기관 투자자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모델이 개인 임대차 계약에서 발생하던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일정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로 전문 운영사가 관리하는 일부 임대주택 단지는 비교적 높은 임대료에도 안정적인 입주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간 자본 중심의 임대 시장 확대가 모든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의 수익 구조를 보장하면서도 임대료 수준과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미윤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단순한 공급 확대보다 투명한 운영 체계와 안정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기업형 임대 모델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전세 중심의 사적 임대 구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한국 임대차 시장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과정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개인 임대인 중심 시장이 유지될지, 기업형 임대가 일정 부분 역할을 확대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임대차 시장의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앞으로 정책과 시장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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