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권서아 기자] 미국 정부가 11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Section 301)를 근거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16개 경제권역에 대해 제조업 과잉생산과 무역 불균형 문제 등을 조사하기로 하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 및 경제연구소 전문가들은 "이번 301조 조사는 충분히 예상됐던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재정비 과정"이라며 “글로벌 관세가 10~15% 수준으로 부과되던 구조를 대체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했던 상호관세를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위법하다며 무효화하자 그에 상응한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들고 나온 조치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세부적인 사안이 정해진 게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고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외국 정부 정책이나 관행이 자국 기업에 불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조사 후 관세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의견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통상 수개월에서 1년 안에 결론이 나온다.
미국은 이번 조사에서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독일, 베트남, 대만, 인도 등 대미 무역흑자 주요 1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측 공고문에서도 한국의 주요 산업으로 전자장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 등이 언급됐다. 이에 따라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제조업이 협상 과정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301조는 기존 관세 정책을 대체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과잉 생산으로 미국 생산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판단되는 무역 흑자 국가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멕시코, 한국, 일본 등이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글로벌 상호관세가 10~15% 수준으로 부과되던 구조를 대체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 목적 가운데 하나는 과잉 생산 국가에 대한 제재이고 또 하나는 디지털 분야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정책 여부”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특히 플랫폼 규제 이슈가 향후 통상 갈등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디지털 분야에서는 미국 기업 차별 여부가 주요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의 경우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미국과 어떤 논의가 진행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는 과거에도 조사만 진행되고 실제 관세가 부과된 사례는 많지 않다”며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미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고 정부 간 협상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품목 관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된 상황은 아니다”며 “이전 관세 정책에서도 반도체에 직접 적용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정해진 내용이 없어 어떻게 대응하겠다고 말하기 어려운 단계”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는 특정 품목 관세가 정해진 구조가 아니고 철강이나 자동차도 기본 관세 체계가 이미 정해져 있다”며 “이번 조사 자체가 산업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는 이번 조사가 중국 산업을 겨냥한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무역법 301조 대응을 당연히 잘 해야 한다”며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추가 관세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301조 조사에 걸릴 만한 요소가 많지 않다”며 “오히려 중국이 조사 대상이 되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공식적인 평가를 내기보다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상황 변화를 지켜보며 대응 방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이번 조사를 미국의 관세 정책 재정비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 정부가 최근 대법원 판결로 기존 관세 정책이 흔들리자 301조 조사를 통해 관세 압박 수단을 다시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미국이 제조업 공급 과잉과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동맹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를 동시에 조사하면서 통상 협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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