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일 기자] 세종시의회 최원석 의원은 12일 5분발언을 통해 “대학병원이 있는데 왜 주변 상권이 살아나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를 했다. 세종충남대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상권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얼핏 그럴듯한 주장이다. 대형 병원이 들어서면 유동인구가 늘고 상권이 형성된다는 ‘의세권’ 논리가 그 근거다.
하지만 현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문제 제기는 출발점부터 다소 어긋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병원이 있다고 해서 주변 상권이 반드시 살아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전이다.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인 충남대병원은 수십 년 동안 운영되고 있지만 병원 주변이 활발한 상권으로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 상권이 형성된 곳도 있지만 병원 덕분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보기 힘들다.
이유는 단순하다. 병원은 소비시설이 아니라 의료시설이기 때문이다. 환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온다. 입원 환자는 병원 안에서 생활한다. 외래 환자는 진료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간다. 대부분 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병원 밖을 둘러볼 이유도 없다.
보호자나 병문안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 대형 병원은 내부에 식당, 편의점, 카페, 약국 등 대부분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식사와 휴식, 간단한 쇼핑까지 병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굳이 병원 밖으로 나와 골목 상권을 찾을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도시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세종은 계획 도시다. 상업시설은 특정 상업지구에 집중돼 있다. 병원 주변이 자연스럽게 상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병원 하나만으로 상권이 형성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도시 구조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접근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병원 경쟁력과 상권을 단순히 연결하는 논리다. 환자가 줄어 상권이 침체된다는 주장 역시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환자가 많다고 해서 주변 상권이 자동으로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환자가 줄었다고 해서 상권이 바로 위축되는 구조도 아니다.
병원은 의료서비스 제공이 본질이다.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장치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본말이 뒤바뀐 접근일 수 있다.
물론 병원과 지역 상권이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일부 도시에서는 병원과 상인회가 협력해 할인 제도나 보행 동선 개선 등을 추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가적 정책’이다. 병원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상권이 형성된다는 전제부터 성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 논의에서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이다. 상권이 침체된 원인을 도시 구조와 상업시설 배치, 소비 패턴 변화 등에서 찾지 않고 병원 이용률에서 찾는다면 해법 역시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세종의 상권 문제는 ‘대학병원이 있는데 왜 장사가 안 되느냐’는 질문으로 풀 사안이 아니다. 도시 구조와 상업 정책, 인구 분포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할 문제다.
진단이 잘못되면 처방도 틀린다. 정책 논의의 출발점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세종=강일 기자(ki005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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