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백화점 매장 하단부의 부대시설로서 '조연'에 머무르던 식품관이 핵심 '주연'으로 거듭나고 있다. 스타 셰프의 주방과 희소성 있는 디저트 브랜드를 품은 '델리(Deli) 코너'로 탈바꿈하면서다.
고물가 기조 속에서도 한 끼 식사만큼은 제대로 즐기려는 '작은 사치(Small Luxury)'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미식의 전초기지이자 백화점의 집객력과 매출을 좌우하는 거점이 됐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의 식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3.5% 신장했다. 이는 여성 정장(1.2%)과 남성 의류(-1.8%) 등 전통적인 주력 품목들이 주춤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올해 1월 식품 부문의 매출 신장률은 18.8%를 기록하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성장 흐름에 맞춰 백화점업계도 식품관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2027년까지 대구 신세계의 단계적인 리뉴얼을 통해 F&B(식음료) 공간을 대폭 확대한다. 델리와 베이커리 등 즉석조리 식품 중심의 매장을 강화해 단순 식재료 판매 공간이었던 식품관을 체험형 '미식 공간'으로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신세계는 강남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통해 그 효과를 입증했다. 프리미엄 레스토랑과 델리 브랜드를 결합한 이 공간은 오픈 1년 만에 매출이 141% 증가하며 강남점 전체 실적을 뒷받침하는 핵심 동력이 됐다.
롯데와 현대백화점 역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인천점 '푸드 에비뉴'를 시작으로 주요 점포의 식품관을 리뉴얼하며 SNS 인기 맛집과 지역 명소를 선별 입점시키고 있다. 현대백화점 또한 '더현대 서울'의 성공 방정식을 이식해 압구정본점 등 주요 거점에 프리미엄 델리 콘텐츠를 강화하며 '미식 성지' 구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백화점 식품관 경쟁은 인기 브랜드와 스타 셰프 유치전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이나 희소성 있는 디저트 브랜드를 선점해 오직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은 미쉐린 스타인 조희숙 셰프와 협업한 한식 다이닝 등 정상급 셰프 라인업을 전면에 배치하며 하이엔드 미식 콘텐츠 선점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가스트로 테이블' 역시 최정상급 셰프 8인과 전용 메뉴를 출시하며 미식 라인업을 구축했다. 롯데백화점 또한 잠실점 에비뉴엘 등에 세계적인 미식 브랜드를 단독 유치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백화점 식품관의 근본적인 역할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식품관이 장보기 중심의 보조 공간이었다면, 최근에는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핵심 집객 공간으로 역할이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식품관이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은 만큼 경쟁력을 키워 공간의 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관 코너는 단순한 식사 공간을 넘어 고객의 취향과 감성을 반영한 문화 콘텐츠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오프라인에서만 체감할 수 있는 차별화된 미식 경험을 강화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집객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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