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엔비디아가 AI 컴퓨팅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에서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술로 대안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기업이 있다. 딥시크 쇼크 이후 AI 인프라의 무게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효율화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창업 초기부터 이 방향을 고집해온 모레(MOREH)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강원 모레 대표가 24일 서울 강남구 모레 사무실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a3d6ebe95043b.jpg)
모레는 GPU·NPU 라이브러리부터 분산 런타임, 자동 병렬화 컴파일러, 클라우드 플랫폼에 이르는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풀스택을 독자 기술로 보유한 기업이다. 2021년 세계 최초로 AMD GPU 기반 AI 클라우드를 상용화했고, 현재 자회사 모티프테크놀로지스를 통해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 정예팀으로도 참여 중이다.
조강원 모레 대표는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AI 시대 모레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풀스택 기술”이라며 “인프라부터 모델까지 버티컬하게 묶을수록 효율이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AI 판에서 한국의 구글이 되고자 한다"며 "올해 연매출 500억원 달성을 전망하며 3년 내 매출 1조 원 돌파를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슈퍼컴퓨터 ‘천둥’에서 시작…연구실 나와 GPU 인프라 기업으로
모레는 슈퍼컴퓨터 연구실에서 출발했다. 조 대표는 서울대 매니코어프로그래밍연구단에서 국산 슈퍼컴퓨터 ‘천둥’ 개발에 참여하며 GPU 클러스터 설계와 병렬처리 기술을 연구했다. 그는 “모델 크기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사명 모레(MOREH)는 히브리어로 '선지자·오라클'을 뜻한다. 내일의 다음 날, 보다 먼 미래를 보겠다는 창업 철학을 담았다.
창업 초기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기술이 아니라 시장 설득이었다. 조 대표는 "초기에는 GPU를 더 사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며 “하지만 GPU 가격 급등과 수급 불안이 반복되면서 효율화 기술의 중요성이 빠르게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돌파구는 AMD GPU였다. 모레는 2021년 KT와 협업해 세계 최초로 AMD 인스팅트 GPU 기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KT의 자체 LLM '믿음'의 인프라 소프트웨어도 모레 SW가 맡았다. 이를 계기로 KT, AMD, 포레스트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400억 원 이상을 투자받았다. 최근에는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조 대표는 "CUDA(엔비디아 GPU 전용 소프트웨어 생태계) 중심 환경을 넘어 다양한 GPU 아키텍처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스택을 개발해왔다”며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인프라 최적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분산 추론에 독자 아키텍처까지…"진짜 독자성은 설계부터"
![조강원 모레 대표가 24일 서울 강남구 모레 사무실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0a3046d4fc9b08.jpg)
모레의 핵심 제품은 초거대 모델·시스템에 특화된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MoAI 플랫폼'이다. 엔비디아 소프트웨어 대비 2배 이상의 가격 효율을 구현하며, AMD 생태계에서 세계 최초로 분산 추론 기술을 상용화했다.
조 대표는 "AI 서비스 단계에서는 텍스트, 영상, 코딩 등 워크로드마다 최적의 반도체가 다르다"며 "이기종 반도체를 최적으로 매핑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분산 추론 기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모레는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자회사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컨소시엄에서 인프라 최적화를 맡고 있다. 대규모 GPU 클러스터 최적화와 분산 추론·경량화 기술을 담당하며 국산 반도체(NPU) 통합 작업도 병행한다. 모티프 컨소시엄은 외산 모델 구조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 독자 설계 방식을 고수하는 점이 특징이다.
조 대표는 "'그룹별 차등 어텐션(GDA)'과 새로운 활성화 구조 'PolyNorm GLU' 등 모델 내부 핵심 계산 구조를 처음부터 자체 개발했다"며 "해외 주요 AI 기업들이 공개한 모델 설계도를 가져다 학습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모델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자체를 바닥부터 재설계했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남의 설계도를 따라가서는 원작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그는 "모델 아키텍처부터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까지 국내에서 전부 설계할 수 있어야 진짜 독자성"이라며 "동급 모델 기준 글로벌 탑5 성능 달성이 목표"라고 역설했다.
중국·일본·동남아까지…글로벌 시장에 '소버린AI' 수출
![조강원 모레 대표가 24일 서울 강남구 모레 사무실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e73218e4f939f.jpg)
모레의 매출은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중국·일본을 중심으로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 5곳 내외와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조 대표는 "미국은 빅테크들이 소프트웨어를 내재화한 탓에 사업 접점이 크지 않고, 일본과 중국은 대규모 인프라 수요와 소프트웨어 기술 니즈가 맞아떨어지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중장기 전략의 핵심은 한국형 소버린 AI의 글로벌 수출이다. 조 대표는 "독파모 프로젝트를 통해 AI 인프라부터 파운데이션 모델까지 풀스택 역량을 완성하면, 이를 패키지화해 동남아 등 AI 후발국에 수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술이 해외 기업의 상용 서비스에 적용되는 첫 사례를 곧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에서 먼저 경쟁력을 입증하고 그 기술을 공공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는 것이 모레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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