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희 기자]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의 부실 기업 정리에 속도를 낸다. 상장폐지 시가총액 요건을 강화하고, 동전주 퇴출제를 도입한다. 올해 코스닥에서만 상장법인의 10%에 육박하는 150개사 내외가 정리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금융위원회는 12일 한국거래소와 함께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부실기업 문제를 정리해 시장 신뢰를 높이고, 상장 유지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실기업 신속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김민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f25c2ed38b568.jpg)
이번 개편의 핵심은 상장폐지 기준을 전반적으로 앞당겨 적용하고, 기존 제도에서 사실상 회피가 가능했던 구간을 줄이는 데 있다.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기준은 이미 올해 초 4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상향된 상태인데, 당초 계획보다 일정을 앞당겨 2026년 7월에는 200억원, 2027년 1월에는 30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올린다. 상향 주기도 기존 연 단위에서 반기 단위로 단축된다. 코스피 시장 역시 같은 방향으로 기준을 높여 2026년 7월 300억원, 2027년 1월 500억원으로 상향된다.
기준 미달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상장폐지를 피하는 방식도 크게 제한된다. 지금까지는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 또는 누적 30거래일만 기준을 넘기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같은 기간 동안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단기간 주가를 끌어올려 요건을 형식적으로 맞추는 방식이 사실상 어려워지는 구조다.
주가 수준 자체를 기준으로 한 동전주 상장폐지 제도도 신설된다. 오는 7월부터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이상 100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액면병합을 통해 주가만 형식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도 차단하기 위해 병합 이후 주가가 액면가 미만일 경우에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
재무 상태와 공시 신뢰도와 관련한 요건도 강화된다. 완전자본잠식은 기존 사업연도 말 기준뿐 아니라 반기 기준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반기 기준의 경우 즉시 상장폐지 대신 실질심사를 거쳐 계속기업 가능성을 판단하게 된다. 공시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기준도 강화돼 최근 1년간 누적 벌점 기준이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지고, 고의성이 큰 중대한 공시위반은 1회만으로도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상장폐지 절차 자체도 빨라진다. 코스닥 실질심사 과정에서 기업에 부여할 수 있는 최대 개선기간을 기존 1년6개월에서 1년으로 줄인다. 1심 단계의 개선기간은 유지하되, 2심에서 부여할 수 있는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해 전체 절차를 단축하는 방식이다.
심사 진행을 관리하는 조직도 확대된다.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구성하고, 기존 상장폐지 심사 3개 팀에 1개 팀을 추가해 총 4개 팀, 20명 규모로 운영한다. 집중관리기간 동안 상장폐지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처리 속도를 관리할 계획이다. 거래소 경영평가에서도 집중관리기간 실적 비중을 높여 제도 운영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제도 변경이 적용되면 실제 상장폐지 대상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거래소 시뮬레이션에서는 올해 코스닥에서 상장폐지 대상이 약 150개 안팎, 많게는 200개 이상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존 예상치가 약 50개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세 배 가까이 늘어나는 규모다.
권 부위원장은 "단순 추산은 한 150개 정도, 최대 220개사 정도가 레인지에 있다"면서 "10% 내외 정도의 저성과주, 부실기업주, 동전주들은 단계적으로 폐지해서 시장의 신뢰와 건전성을 제고하고 투자자 보호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기준 코스닥 주권 상장법인(1719개)의 9%에서 13%가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장폐지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을 감안해 투자자 환금성을 보완하고 기업에 회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장치도 이미 가동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월 비상장주식 장외시장(K-OTC)에 ‘상장폐지기업부’를 신설해 일정 기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시장에서 거래와 공시를 이어가며 경영 정상화나 실적 개선이 확인될 경우 정식 종목으로 재편입하거나 이후 코스닥 재상장으로 이어지는 경로도 열어두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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