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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지났지만 부동산 시장은 '혹한기'


서울 거래량 32% 급감⋯'현금 7억' 장벽에 수요자 발 묶여
입주 13년 만에 최저치⋯설 이후 양도세 보완책 시장 변수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 지났지만 주택시장의 '혹한기'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 전환은 빨라지면서 세입자들의 체감 부담은 더 커지고 있어서다.

입주 물량 감소 속에 연이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수요만큼 매물이 시장에 공급될 것인지 여부에 방향성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산역과 용산역 사이에 위치한 고가도로와 아파트들이 보이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신용산역과 용산역 사이에 위치한 고가도로와 아파트들이 보이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업계에서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대출 규제와 세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거래량은 줄어든 상태에서 호가를 낮춰 내놓은 급매 위주로만 간헐적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와 "지금이 바닥일 수 있다"는 시각이 엇갈리는 모습도 읽힌다. 공통적으로 '지금은 기다리자'는 관망세 정서가 강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장을 읽을 수 있는 통계 수치로 보면 더 명확하게 관망세가 드러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량은 3228건으로 전월(4733건) 대비 약 32% 급감했다. 지난해 10월(1만1041건)에서 11월(4395건) 사이 60.2%라는 기록적인 감소 폭을 기록한 이후, 연초부터 다시 30%가 넘는 하락세를 보이며 '거래 절벽'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거래가 막힌 상황에서 금리와 공사비 상승은 매매 시장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시중은행 자료를 보면,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6%를 넘어선 상태다. 여기에 정부의 대출 총량 관리까지 겹치면서 실제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부담은 훨씬 커졌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받은 사람의 매달 상환액이 늘어나 가계에 부담을 준다. 신규 매수자에게는 '집 사기 어려움'으로, 기존 집주인에게는 '팔아야 하나 고민'으로 작용하는 요인인데, 지금은 매물이 잘 나오지 않아 결국 '거래가 거의 멈춘 상황'이 되고 있다.

업계는 여기에 정부의 '대출 총량 관리'까지 더해지며 실제 체감 문턱이 더 높아졌다고 진단한다. 대출 총량 관리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별로 연간 대출 한도를 정해두는 방식이다. 박태원 광운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목표치를 초과할 조짐이 보이면 은행은 대출 심사를 대폭 강화하거나 아예 창구를 닫게 될 수밖에 없다"며 "소득과 신용이 충분해도 은행의 '남은 한도'가 없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R114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내 10억~13억원대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대출 한도가 인당 최대 6억원 수준에 묶이면서 최소 4억에서 7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해야 계약이 가능하다. 이는 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민과 청년층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며 주택 시장을 사실상 '현금 부자들만의 리그'로 고착화하고 있다.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2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1만2000가구로 올해 상반기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전체 입주 예정 물량 역시 지난해(약 23만6000가구) 대비 약 28% 감소한 17만~18만가구 수준으로, 13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를 보일 전망이다.

멈출 줄 모르는 공사비 상승은 이 같은 '공급 가뭄'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2.4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6년 표준시장단가 역시 전년 대비 2.98% 상향 조정됐다. 원가 상승이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며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는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이 속출하고 있다. 집을 지을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규 착공이 급감했고, 이는 결국 수년 뒤 '신축 아파트 기근'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문제는 매매 시장의 관망세가 전월세 시장에는 '밀려난 수요'로 작용하며 또 다른 불안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매매가 어려워지자 집주인들은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전세보다는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하는 추세다. 특히 다주택자일수록 신규 전세 계약을 꺼리거나 기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 과정에서 전세 물량은 자연스럽게 줄고, 세입자의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학군이나 교통 여건이 좋은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전세 호가가 이미 한 차례 이상 오른 곳이 적지 않다. 한국부동산원 2월 첫째주(2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세가격은 52주 연속 전 지역 모두 상승세를 보였으며, 성동구(0.45%)와 노원구(0.24%), 서초구(0.22%) 등 학군과 교통 여건이 우수한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성동구의 일부 신축 단지와 노원구 중계동 학군지는 매물 부족 속에 전세 호가가 한 달 새 수천만원씩 오르며 세입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 전용 84㎡ 전세는 지난달 9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호가는 10억원을 넘어섰다. 불과 한 달 만에 5000만원이 뛴 셈이다.

고가 단지가 밀집한 강남권과 마포·성동 등 주요 선호 지역에서는 월세 비중이 이미 50%를 넘어선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8.2%로, 전년 동월 대비 5%포인트 이상 상승하며 절반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정부 규제에 대한 불안감과 고금리 부담이 겹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들 모두 어쩔 수 없는 '예측 가능한 비용'인 월세를 택하는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 역시 104.2를 기록하며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 물량이 귀해지자 집주인들이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황에서, 월세마저 동반 상승하며 서민 주거비 부담이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설 연휴 이후 시장의 최대 변수는 정부의 추가 정책이다. 12일 발표 예정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방안의 보완 여부에 따라 매도 대기 물량이 시장에 나올지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정책 취지가 매매 활성화에 맞춰진 만큼, 다주택자 매물이 거래로 이어질 경우 오히려 임대 물건이 줄어들어 전월세 공급이 더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용산역과 용산역 사이에 위치한 고가도로와 아파트들이 보이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2월 10일 철거현장에서 한 시민이 공사도를 유심히 보고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한 데다 신규 주택 공급이 체감되기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며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가 겹치는 지역이나 도심 지역에서는 국지적 전세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세입자 입장에서는 자금 계획과 거주 기간을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 역시 매매시장 활성화뿐만 아니라 임차시장의 불안 요인을 함께 점검하는 세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설 명절은 가족이 모여 삶의 기반을 돌아보는 시기지만, 올해 전월세 시장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연휴 이후의 정책 신호와 시장의 반응에 따라 세입자들의 고심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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