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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엉켰던 동네 이제야 정리되네요"⋯'모아타운 1호'의 순항 [현장]


강북구 번동 노후도 80% 주거지 1200가구 아파트로 탈바꿈 본격화
철거·착공 현실화하며 주민인식 변화⋯노후도심 정비 모범사례 될까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집은 낡았는데 재개발은 잘 안 되는 동네라는 인식이 많았죠." 강북구 번동에서 20년 넘게 중개업을 해온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서울 강북구 번동 일대는 오랫동안 정비 사각지대로 분류돼 온 대표적인 노후 저층주거지다. 건축물 노후도는 80%를 웃돌지만, 필지 규모가 작고 주택 밀도가 낮아 재개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대안으로 거론됐지만, 구역이 잘게 쪼개진 구조 탓에 주차장이나 기반시설을 충분히 확보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2월 10일 강북구 번동 인근 노후 주택 사이 골목. [사진=김민지 기자]
2월 10일 강북구 번동 인근 노후 주택 사이 골목. [사진=김민지 기자]

20년 넘게 이 일대에서 중개업을 해온 공인중개사 A씨는 "재개발이 안 되는, 주민들 입장에선 답답한 환경 조건에 놓인 동네였다"며 "가로주택만으로는 동네 구조 자체를 바꾸기 어렵다는 인식이 현장에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전환점을 맞았다. 서울시가 2022년 도입한 '모아주택·모아타운'이 계기다. 흩어져 있던 소규모 정비사업 5개 구역을 하나로 묶으면서, 소규모 정비를 넘어 12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주거지로 재편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번동은 서울시 모아타운 1호 시범사업지다. 지난해 말 세입자 이주를 마치고 철거에 들어갔으며, 지하 2층~지상 최고 35층, 13개 동 규모의 아파트 조성사업이 본격화했다. 서울시는 이르면 2028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2월 10일 강북구 번동 인근 노후 주택 사이 골목. [사진=김민지 기자]
번동4지역 모아타운추진위원회에서 밝힌 번동구역별진행단계. [사진=김민지 기자]

사업의 핵심은 ‘공간 활용 방식의 전환’이다. 필지를 통합하면서 지하 공간을 연결한 대규모 통합 주차장 조성이 가능해졌고, 주차대수는 기존 100여대에서 1300대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이천 변 보행환경 개선과 수변공원 조성, 커뮤니티 시설 확충도 함께 추진된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황모씨는 "신축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것보다, 뒤엉켜 있던 동네가 정리된다는 느낌이 더 크다”며 "이제야 아이 키우는 문제나 노후 주거에 대해 현실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거주민들의 호평 속에 중개 현장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예전에는 투자 문의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실제로 살 만한 동네가 되느냐'를 묻는 전화가 늘었다”며 "'정비 불가지역'이라는 인식은 분명히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집값 시세는 이런 기대를 반영하되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1991년 준공된 '번동주공1단지'는 5억원대 중후반, '주공4단지'는 전용 84㎡ 기준 3억원대 후반~4억원대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두산위브'는 7억원 안팎이다.

다만 모든 주민이 좋은 쪽으로 기대를 갖는 것은 아니다. 분담금 부담과 사업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중한 시각도 적지 않다. B씨는"모아타운은 재개발이 어려운 저층주거지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속도보다 중요한 건 충분한 정보 공유와 주민 간 신뢰”라고 말했다.

특히 B씨는 추가 분담금 문제를 사업 추진의 변수로 꼽았다. 그는 "오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공사비, 인근 시세 상승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원주민이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했다. 서민들로서는 강남 재건축 등에서 나타난 분담금 증액 등의 사례가 뇌리에 박혀 부담감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2월 10일 강북구 번동 인근 노후 주택 사이 골목. [사진=김민지 기자]
2월 10일 강북구 번동 강북구청 철거현장에서 한 시민이 강북구청 공사도를 유심히 보고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번동 모아타운 사업을 정부가 추진하는 도심 주택공급 확대 정책과 밀접한 관계극 갖는 사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도심 내 국·공유지와 노후 저층주거지를 활용해 단기간 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며, 전통적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지역에 공급 경로를 열어줄 심산이다.

번동 모아타운은 이런 정부 정책 기조 속에서 흩어진 소규모 정비구역을 통합, 기존 소규모 가구를 1200가구 규모로 늘리는 첫 사례여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규모 저층주거지를 통합·정비하는 모아타운 사업은 정부의 도심 공급 목표와 연계돼, 단순한 신축 아파트 공급을 넘어 주거 환경 개선까지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사업은 공공지원과 주민 참여를 결합, 재개발이 어려웠던 지역에 주거 공급과 기반시설 개선을 동시에 시도하는 시험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르면 2028년 입주를 시작할 번동 모아타운은 계획 단계를 넘어 철거와 착공에 들어간 서울시 1호 시범사업지다. '정비 불가지역'이라는 오래된 꼬리표를 떼면서도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수요자들을 끌어들이는 모범 도심정비사업이 될 수 있을지,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실험장이 열렸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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