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한국피자헛의 '차액가맹금' 소송 최종 패소로 유사 소송이 잇따르는 가운데, 프랜차이즈 산업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집단적 분쟁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최대 1조원대 줄소송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마땅한 해결책이 전무한 상태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구조 자체를 선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다만 일각에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정률 로열티 제도의 경우 현실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차액가맹금 판결로 보는 프랜차이즈 선진화 방안 모색 토론회'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https://image.inews24.com/v1/4333bd28c8b0b7.jpg)
권정순 변호사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차액가맹금 판결로 보는 프랜차이즈 선진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정보공개서 기재 평균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 비율이 평균 4~6% 상당인 점을 고려할 때 일부 영세 가맹본부나 내부 유보금이 많지 않은 가맹본부의 경우 다수 가맹점주들의 차액가맹금 반환청구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미 진행 중인 차액가맹금 반환 고소 건이 상당하고, 대법 판결 후 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많아 향후 상당 기간 차액가맹금 반환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등이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최근 대법원의 차액가맹금 판결의 의미를 정확히 짚고, 향후 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앞서 지난달 15일 대법원은 한국피자헛 가맹본부가 가맹점주 94명에게 부당하게 수취한 차액가맹금 215억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차액가맹금은 본사가 가맹점에 납품하는 상품, 원부재료 등에 추가로 얹는 일종의 유통마진이다. 그간 업계에선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채 차액가맹금을 관행적으로 받아왔는데, 본사와 점주 간 구체적 합의를 거치지 않을 경우 불법이란 판례가 처음 나온 것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업계에서는 '줄소송'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매출의 일부를 로열티로 받아 운영하는 해외 프랜차이즈 업체와 달리,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는 로열티가 없거나 낮은 대신 차액가맹금으로 대부분의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외식업 가맹본사의 90%가량이 차액가맹금을 받는 상태로, 로열티 없이 차액가맹금만 받는 곳만 60~70%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실제로 피자헛 2심 판결 직후부터 이미 20여 개에 가까운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소송에 나선 상태다. 이번 대법 판결까지 나오며 최대 1조원대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권 변호사는 "차액가맹금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은 규정이 있음에도 차액가맹금 관련 사항을 가맹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가맹본부, 그리고 이러한 업계 관행을 제때 시정하지 않은 감독관청(공정거래위원회)의 소극적 행정에 기인한 것"이라며 "그러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과 별개로 차액가맹금 반환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이 지속되는 것은 가맹점주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바람직한 집단적 분쟁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송 절차를 밟는 대신 가맹본부 및 가맹점주 측과 중립적 입장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 합의, 조정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협의체의 중재에 동의한 가맹점주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부제소 합의를 하고, 가맹본부는 별도의 계약을 체결해 차액가맹금을 반환하는 것이다. 물론 더 많은 가맹점주들을 합의에 참여시키러면 가맹본부의 일정 정도 양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토론에 참여한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 역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이 본격화되면 일부 가맹본부는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관계기관과 가맹사업 양 당사자의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자세 통해 현재의 소송 난립을 사회적 합의 등을 통해 생산적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규모의 경제 효과로 원자재를 대량 구매해 매입 단가를 낮추고, 가맹점주에게 시중가보다 싸게 공급할 수 있어야 경쟁력 있는 가맹본부"라며 "만약 필수품목을 가맹점에 시중가보다 비싸게 공급해 차액가맹금을 많이 수취한다면 이는 프랜차이즈 조직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는 규모의 경제에 역행하는 셈"이라고 강조하며 프랜차이즈 업계가 기존 관행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공정거래 환경 구축이 프랜차이즈 산업의 지속가능성장의 핵심"이라며 "공정위는 필수품목 지정에 있어서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차액가맹금 운용에 있어서도 원자재의 시중가격과 괴리가 크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가맹본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조직화에 기여한다는 긍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규모의 경제 효과를 높이고 그 성과를 가맹점주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지속적 기술 및 경영 혁신을 통해 거래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미국 등 프랜차이즈 선진국처럼 정률 로열티 방식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상당수 전문가들이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 변호사는 "로열티 방식은 가맹점주 매출에 비례해 지급 규모가 정해지므로 가맹점부와 가맹본부 공통의 이익 증진에 부합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상표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영세 가맹본부가 많은 우리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률 로열티 제도의 도입은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가맹점주 중에서도 로열티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비율이 꽤 높은 편이다. 당분간 차액가맹금과 로열티가 병행되며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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