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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희근 전 경찰청장 “한 번의 호흡이 나를 지켰다”


인생 1막 이야기 저서 ‘숨’ 출간…7일 출판 기념회
시골 소년 성장기부터 대한민국 시대 장면들 담아

[아이뉴스24 이용민 기자] “가장 힘든 순간, 나는 말 대신 숨을 고른다. 천천히 들이마시고, 고요히 내쉬는 그 한 번의 호흡이 늘 나의 판단을 지켜주었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이 자신의 인생 1막의 이야기를 담은 책 ‘숨’을 펴냈다. 충청북도 한 시골 소년의 성장기부터 경찰대학, 현장 형사, 정보 경찰, 그리고 경찰청장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치안의 최전선에서 겪은 시간들을 차분하고 절제된 언어로 따라간다.

특히 이태원 참사와 경찰국 논란, 집회 폭증, 코로나19와 국가 재난, 자치경찰제 도입이라는 굵직한 시대의 장면들에서 인간 윤희근의 고뇌와 선택을 엿볼 수 있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이 4일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 02. 04. [사진=윤희근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윤 전 청장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출신이다. 청주운호고와 경찰대(7기)를 나와, 지난 1991년 경위로 입직했다. 충북 제천경찰서장과 서울 수서경찰서장, 청주흥덕경찰서장, 경찰청 경비국장, 충북경찰청 제1부장, 경찰청 차장 등을 지냈다. 현재 6·3 지방선거 충북도지사 출마를 위해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아이뉴스24>는 지난 4일, 윤희근 전 경찰청장이 거리 인사에 나서기 전 청주 분평사거리 인근 커피숍에서 만나 ‘숨’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즘 충북도지사 선거 예비후보로 바쁘실 텐데, 책 ‘숨’은 언제쯤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요.

7일 오후 3시, 청주오스코에서 출판기념회를 엽니다. 책은 그 전날쯤 서점에 배포될 예정이라, 아마 비슷한 시기에 독자들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책 한 권을 온전히 만드는 일이 이렇게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인 줄 그동안은 잘 몰랐어요.

윤희근 전 경찰청장이 4일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 02. 04. [사진=윤희근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책을 쓰게 된 계기와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신다면.

제가 태어나서부터 대한민국 경찰청장으로 끝날 때까지가 내용입니다. 제가 53살에 경찰청장이 됐고, 55세에 임기를 마치고 나왔는데 어쨌든 인생 1막을 이제 마무리한 거죠. 정치가 아니더라도 한 번 인생을 정리해서 지인들을 모시고 출판기념회를 한 번 해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어요. 마침 이제 또 지방선거 출마와 겹치다 보니까 미루고 미루고 하다가 이제 하게 됐습니다.

내용은 제가 태어난 순간부터 경찰청장으로 임기를 마칠 때까지, 한 공직자의 인생 1막을 정리한 기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치 행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과감히 뺐고, 경찰청장으로서의 리더십과 고민, 그리고 그 지점까지 어떻게 걸어왔는 지만 담았습니다. 어린 시절 과수원집에서 자란 이야기, 산사태로 집이 전파돼 부모님을 잃을 뻔한 기억,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경찰대 진학, 입학 후 ‘언제 그만둘까’만 생각하던 흔들리던 시절까지 차근차근 따라갑니다.

-책은 제목이 팔할이라는 말도 있는데 ‘숨’이라는 제목에는 어떤 의미를 담으셨나요.

출판사와 주변에서 여러 제목을 제안해 주셨는데, ‘숨’이라는 제안을 받는 순간 딱 와 닿았습니다. 제가 살아온 방식, 책에 담긴 이야기, 공직자로서의 고민과 리더십이 이 한 글자에 압축된 느낌이었어요.

저는 정말 힘든 일을 겪거나, 중대한 결단 앞에 설 때면 먼저 호흡을 가다듬는 사람입니다. 판단을 서두르지 않고 숨을 고르며 최대한 신중하게 고민하다가, 결론이 나면 누구보다 과감하게 실행하고 뒤돌아보지 않는 편입니다. 청장으로 재직하면서도 그런 방식으로 위기 대응을 해왔고, 이태원 참사처럼 국가적으로 가장 무거운 순간에도, 감정이나 정치적 계산보다 한 번 더 숨을 고르고 책임의 무게를 고민하려고 했습니다.

-프롤로그가 ‘제복의 품격’입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청장으로 있으면서 늘 ‘제복의 품격이 곧 국가의 품격’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 군인, 소방관, 환경미화원, 경비원, 간호사처럼 제복을 입고 헌신하는 분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보수를 포함한 처우 개선, 승진 제도 정비 등에 힘을 많이 쏟았습니다. 예를 들어 총경 진급 정원을 늘려 충북에서만 2년 동안 8명의 총경을 배출할 수 있었는데, 이는 다른 지역 몫을 빼온 것이 아니라 전체 승진 규모를 확대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경찰청장으로 초고속 승진해 주목 받았던 만큼, 책의 마지막 부분이 임팩트가 클 것 같습니다.

이태원 참사는 경찰청장 시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자리에 연연한 적이 없었고, 이미 그만두겠다고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담담하게,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기 내내 대응했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사고가 발생했고, 11월 1일 경찰을 대표해 대국민 사과를 드렸습니다. 그날 밤 집에 들어와 ‘내가 이 자리를 내려놓아야겠다’고 마음을 정했고,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핵심 참모들을 불러 사직 의사를 전하고 퇴임사와 짐 정리까지 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도 되기 전, “남아서 사태를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하라”는 피드백이 돌아왔고, 그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백범 김구 선생의 일지에 나오는 ‘현애살수(懸崖撒手)’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벼랑 끝에 매달려 있을 때, 떨어질까 두려워 손을 못 놓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과감하게 손을 놓아야 할 때가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마음먹으면, 높아 보였던 벼랑이 사실은 그리 높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런 상태에서 대응하니까 오히려 훨씬 더 자신감도 생기고 안 풀릴 것 같은 일들도 풀렸습니다.

-책에는 가족 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개인적인 순간을 꼽는다면요.

두 번이 떠오릅니다. 하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산사태로 집이 전파돼 부모님이 청주의료원 중환자실에 한 달 가까이 누워 계셨던 일입니다. 당시에는 어린 나이라 어떻게 버텼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정도였죠.

두 번째는 결혼 15년 차이던 2011년, 아내가 혈액암 판정을 받았을 때입니다. ‘내가 홀애비가 될 수도 있겠다, 아내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정말 많이 힘들었고, 1년이 넘는 투병 끝에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그 시기를 지나며 “아내가 다시 건강해지면, 평생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서 마음에 상처를 주지 말자”는 결심을 했고, 지금도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이 4일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 02. 04. [사진=윤희근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책을 완성하고 나서의 소회가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살아온 인생 1막을 온전히 다 담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한 번 더 쓴다면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겠지만, 그래도 10대 후반에 몸담은 조직에서 최고 수장까지 오른 여정을 한 번 싹 정리했다는 점에서 홀가분함도 큽니다. ‘다시 돌아가도 크게 아쉬움은 없다,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마음이 들어요. 이제는 공직자의 삶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세계에서 또 한 번 도전해, 지금까지의 삶에 못지않은 2막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에필로그 제목이 ‘다시 길 위에 서다’입니다. 정치라는 새 길에 대한 각오는 무엇인가요.

정치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은 분명합니다. 공직은 임기가 정해져 있지만, 정치는 언제 물러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앞으로 10년이 될지, 30년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또 한 번 최선을 다해 살아보고 “이쯤이면 내가 물러나는 게 맞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순간, 깔끔하게 내려놓는 퇴장을 하고 싶습니다.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 그리고 지금까지를 통틀어 중앙정부나 국회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했던 충북 출신 인물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노영민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제가 경찰청장을 지낸 정도가 주로 언급될 겁니다. 그게 충북입니다. 아쉬운 점이 영향력이 좀 있을 때 후진을 양성해서 빠져나갈 때 뭔가 연결돼야 하는데 공백이 생겨서 중앙정치랑도 좀 떨어져 있고 지금 그 (대전·충남 행정) 통합 문제라든가 소외되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만약에 제가 기회가 온다면 젊고 능력 있는 30·40대 인재들이 정치와 행정으로 들어와 꿈을 키우고, 도전하고, 중앙무대에도 나갈 수 있도록 ‘앵커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들이 커가고 그래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나는 깔끔하게 물러나 '숨 2'를 쓰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청주=이용민 기자(min5465930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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