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천안시 공무원 상당수가 시의원들의 과도한 자료 요구로 행정 지연과 심리적 압박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침해 경험을 호소한 응답도 적지 않아 의정활동 방식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은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과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3일 발표했다. 대상 2475명 중 936명, 37%가 참여했다.
조사 결과 공무원들은 촉박한 제출 요구에 큰 압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요구 기한이 1~2일 이내라는 응답이 633건으로 가장 많았고 당일 제출 요구도 444건에 달했다. 퇴근 직전·야간 118건, 휴일 19건도 있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자료를 반복 요구받았다는 답변도 이어졌다.

이로 인해 본연의 행정업무 지연 784건, 심리적 위축과 소극행정 393건, 초과근무 증가 342건, 민원 대응 소홀 89건이 발생했다고 응답했다. 기한 조정이나 연장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답변은 86.4%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과 관계 악화 우려가 주된 이유였다.
특히 351명, 37.5%는 자료 제출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밝혔다. 고압적 태도와 반말 241건, 보복성 자료 요구 121건, 공개 자리 망신 107건, 폭언·협박 71건, 인신공격과 모욕적 표현 61건 순이었다. “커피 맛대가리 없게 타”와 같은 막말 사례도 접수됐다. 이로 인해 업무 의욕 저하 278건, 의회 업무 회피 261건, 불안·수면장애 225건이 나타났고 정신과 상담·진료 사례도 17건 있었다.
공무원노조는 자료 요구 범위 최소화와 현실적인 제출 기한 설정을 개선책으로 제시했다. 이영준 노조위원장은 “의회가 공무원을 행정 집행의 대상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공공 노동자로 존중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시의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도 “조사 결과를 보며 의원으로서 많이 부끄러웠고 이것이 우리 의회의 민낯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직 한 시의원은 "의회의 감시 기능과 행정의 안정성을 함께 지키는 균형이 필요하다"며 "자료 요구는 집행부 견제를 위한 정당한 수단이지만, 방식이 과도하면 행정 공백과 공무원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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