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수차례 언급한 이후 10여일간 서울의 아파트 매매 매물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두드러졌다.
다만 최근 들어서야 오름세를 보이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3구에선 매물이 소폭 줄어 대비된다.

3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이날 기준 5만7850건으로 지난달 23일 5만6219건보다 1631건, 2.9% 증가했다.
지난달 23일은 이재명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에 "(기간)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투기용 1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세제 개편까지 시사한 날이다.
서울 주요 지역별로 보면 송파구는 3896건으로 지난달 23일 3526건보다 370건, 10.5% 증가했다. 강남구는 8098건으로 같은 기간 6.8%(513건), 서초구는 6623건으로 5.7% 증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6.2.3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8883d64f4ff94a.jpg)
실제로 송파구의 대장주 아파트 중 하나인 '잠실엘스' 매물은 이날 기준 99건으로 지난달 23일 73건보다 20여건 늘었다.
매물은 늘었지만 급매물이 쏟아져나오는 수준은 아니어서 집값을 끌어내릴지는 지켜봐야 한다. 송파구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저층의 좋은 물건이 34억5000만원, 중층 이상은 35억~37억원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영향으로 급매물이 크게 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19일 34억9000만원(17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돼 지난해 11월 최고가 35억원(21층) 수준과 비슷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노도강3구는 사뭇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강북구는 1092건으로 같은 기간 3.6%, 노원구는 4440건으로 0.7% 줄었다. 도봉구만 2375건으로 1.5% 증가하는 수준을 보였다.
강남3구 vs 노도강3구 차이 뭐길래?
이처럼 대통령이 선두에 서서 다주택자를 향해 '망국적'이라거나 '최후통첩', '마지막 탈출 기회' 등의 극단적 표현을 쏟아내며 연일 '투기꾼' 내지 '처단 대상' 등으로 부각시키는 메시지를 발신하자 시장은 술렁이고 있다.
시세보다 수억원 가까이 낮춘 급매물이 일부 출회하는 것은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처분한 마지막 기회'를 잡아보려는 심산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다주택자가 대거 매물을 던지는 양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많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장은 "강남3구는 그간 가격 상승세가 컸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실현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와 같은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등 여러 사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매물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나온 매물이 얼마나 소화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노원구를 중심으로 노도강3구의 경우 최근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지역으로, 양도차익이 크지 않아 세금 부담도 적기 때문에 집값 상승세를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강남과 강북에 각각 1채씩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라면 양도 차익이 작은 물건부터 매도할 가능성이 있어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기한에 대한 일부 혼선, 즉 잔금지급이나 계약체결 날짜를 기준으로 종료할 것인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지난 10여일 간 눈치보기가 이뤄졌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야 "원칙적으로는 5월 9일까지 잔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시일이 촉박한 현실을 감안해 5월 9일까지 계약을 마친 경우 3개월 내에 잔금 납부 및 등기를 완료하면 혜택을 부여하겠다"며 적용 기준을 확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명확해진 상황이기에 설 이후에 나오는 매물 추이를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다주택자 급매물의 증감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의 셈법이 복잡해졌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5월 9일까지 거래 종료가 어려운 경우 '버티기'에 돌입하거나 '증여'와 같은 다른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실제 집값을 끌어내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게 유리한지, 아니면 파는 게 유리한지 따져보게 될텐데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크다면 자녀 증여 등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장은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라는 소극적 카드를 활용했지만, 지방선거 이후에는 이 대통령이 시사했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나 보유세 등 본격 세제 강화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다주택자들에게는 작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남 교수는 "여러차례 강력한 조치를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시그널을 줬음에도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보유세 강화 방안을 주요 주택정책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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