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월세가 치솟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0만원 에 달했고, 강남 등 선호 단지에서는 100만원을 훌쩍 넘는 사례가 흔하다.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거나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고, 일부 세입자들마저 전세보증금 반환에 대한 우려 속에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나 반전세를 선택하면서 '부르는 게 값'인 시장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는 오르면서 세입자들이 선택권 없이 높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평가 속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료나 보유세 강화 가능성 등의 정책 변화가 임대차시장에 내몰린 서민의 부담을 키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신축아파트 '잠실 르엘' 옆에 롯데월드타워가 보이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19ee04b8cccf1c.jpg)
서울 전체 전세 물량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치를 보면, 올해 초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약 24% 적다. 전세 4채 중 1채가 시장에서 사라진 셈이다.
이로 인해 전세를 원하는 세입자의 선택지가 줄어, 임대시장 내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집주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세 매물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낮은 예금금리 와 집값 바닥 인식 확산이 꼽힌다. 집주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넣어 얻을 수 있는 이자가 적다보니 보유세나 개보수 비용 등을 보전받기 위해 월세, 반전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성북구를 비롯한 일부 강북 지역에서는 전세 물량이 급감하며 지난해 말 전세 수급 지수가 106.5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KB부동산이 공인중개사 설문을 기반으로 전세 수요와 공급 상황을 0~200 사이 수치로 나타낸 지표다. 기준점 100을 넘으면 공급 부족(수요 우위), 100 미만이면 공급 과잉(수요 부족)을 의미한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신축아파트 '잠실 르엘' 옆에 롯데월드타워가 보이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5932dc8a7f65a.jpg)
지난해 말 기준 성북구의 전세 매물 감소율은 40.4%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관악구(35.5%) △중랑구(34.7%) △강북구(29.0%) 등 중저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 감소세가 뚜렷했다.
성북구 공인중개사 A씨는 "예전에는 전세를 보러 다니며 조건을 비교할 여지가 있었지만, 요즘은 괜찮은 매물이 나오면 고민할 틈도 없이 계약부터 걸어야 한다"며 "세입자들 사이에서 '고를 수 있는 집이 없다'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대출 규제와 세 부담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유지할 유인(인센티브)이 줄어 가격을 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강남 3구에서는 전세 매물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송파구에선 전년보다 51.9%나 전세 물량이 급증했고, △서초구(36.1%) △강남구(18.5%)가 뒤를 이었다.
이유는 간명하다. 올해 초까지 이어진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가 늘어난 영향이다. 작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중 약 '3분의 1'이 강남 3구에 집중됐을 정도였다. 여기에 지난해 10·15 대책 이전 토허구역으로 지정돼 규제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는 점도 작용했다.
서울 전체 전세 물량 급감과 월세 전환율 급등, '강남 쏠림' 현상은 선호지역 전셋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잠실역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신축이 몰리는 지역이나 인기 단지는 전셋값이 내려갈 이유가 없었다"며 "전세 물량이 전체적으로 적다 보니 조금만 조건이 좋아도 호가가 빠르게 올라간다"고 말했다.
강남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 전용 84㎡ 전세는 올 들어 보증금 20억원에 체결됐다. 2024년 8월 입주 당시 14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6억원, 40%가량 오른 수준이다. 서초구 '반포자이' 84㎡ 역시 전세가는 최근 두 달 사이 2억~3억원씩 오르며 17억~18억원대에 형성됐다. 지난해 말 14억원대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세입자 부담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인근 '메이플자이'도 84㎡ 기준 전세가가 최근 3억~4억원 가량 뛰어 21억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월세 전환 흐름도 전세 시장을 압박한다. 집주인 입장에서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받는 방식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 수단이기 때문이다. A씨는 "예전에는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의 전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집을 팔겠다는 '전세 끼고 매매' 문의가 많았지만, 요즘은 ‘전세 없이 바로 매도’하거나 '차라리 반전세로 전환'하려는 문의가 잦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면 매달 안정적으로 현금이 들어오고, 전세금 반환 부담이나 매도 시 제약도 줄어 집주인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B씨도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면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전략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초기 자금 부담은 줄어들지 몰라도 매달 나가는 매몰비용이 커져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린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신축아파트 '잠실 르엘' 옆에 롯데월드타워가 보이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bc636c6f088268.jpg)
최근 몇년새 특징의 하나로는 월세 전환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 월셋값이 치솟으며 나타난 현상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8.51%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 월세는 147만6000원, 중위 월세는 122만원으로, 보증금 1억원 기준의 준월세 수준인 150만원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송파구 공인중개사 C씨는 "전세 매물이 줄면서 세입자들이 자연스럽게 월세로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수요 증가로 인해 월세 가격이 오르는 순환이 생겼다"며 "과거엔 월세 100만원을 넘으면 부담이 크다고 인식했지만, 지금은 '요즘 시세에 그 정도면 오케이'라는 반응이 많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가 거의 사라지면서 비교할 집이 없기 때문에,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런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택하는 경향도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전환 건수는 5199건으로, 최근 5년 새 최대치를 기록하며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됐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신축아파트 '잠실 르엘' 옆에 롯데월드타워가 보이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af8023c65e2d2.jpg)
정책 환경 변화도 임대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도심 내 유휴부지와 국·공유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도심에 수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장에서는 전세난 해소 효과를 체감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재개발·재건축이나 공공주도 사업은 착공부터 입주까지 최소 수년이 걸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연일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며 부동산 투기 근절 메시지를 내놓자, 일부 급매 물건이 단기간 가격을 낮춰 나오거나 매도 일자를 조율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잠실역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호가를 유지하던 매물이 며칠 새 3000만~5000만원 낮춰 다시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압구정현대 6·7차 전용 157㎡의 경우 지난해 7월 1층 매물이 89억원에 신고가로 거래됐으나 현재 시장에는 저층 매물이 83억원대에 나와 있다. 인근 압구정현대3차 역시 전용 82㎡가 지난해 11월 60억7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 57억원에 급매 매물이 나와 있다.
송파구 공인중개사 C씨는 "양도세 중과가 재개된다는 소식에 소수이긴 하지만 이른바 '급매'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중·고층 매물 중에서도 집주인이 급매를 원해 90억원 가깝던 매물을 85억원까지 낮춰 거래할 만한 물건이 있다"고도 귀띔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1만6412가구)이 지난해보다 48% 급감한 가운데, 전월세 전환율과 가격 상승세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도 오히려 유지되고 있다.
정부의 1·29 공급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 일부 인기 지역에서는 공급 확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보유세·양도세 중과 재개 등 세제 개편과 맞물려, 매물이 실제 시장에 풀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연구원은 "수도권 전월세 계약 갱신 비중이 증가하며 계약 갱신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이사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임차인들이 갱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신규계약 수요가 발생하는 시점에는 가격 상승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세 계약 갱신 시점의 보증부 월세(반전세) 거래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중금리 장기화와 대출 제한 등 정책적 규제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가격 상승과 전환율 증가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성북구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상승이 급격하게 나타났지만, 일부 단지와 계절적 요인에 따른 단기적 현상일 수 있다"며 "신규 입주와 일부 매물 조정, 갱신 계약 시점 조율이 맞물리면 몇 달 내 전세와 월세 가격이 일부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전환, 집값 상승세 등의 현상 속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시장의 대응에 따라 안정세로 접어들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