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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대책 후보지 민심] 태릉CC 개발에 이견 '팽팽'


"집부터 짓자" vs "절차 지켜야"⋯시·구·주민·환경단체 '온도차'
세계유산·교통 등 변수에 "입주까지 최소 7~8년 소요될 가능성"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정부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CC)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을 강력 추진하기로 했지만 서울시와 자치구, 지역 사회의 시선은 좀처럼 하나로 모이지 않고 있다.

주택 조기 공급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기조와 달리, 태릉 일대에서는 역사·환경 보존 논란에 더해 자치구와 주민들의 조건부 반대, 복잡한 인허가 절차 등이 맞물리며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퍼지고 있다. 인허가 단계부터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태릉CC 사업 부지에 해당하는 태릉 골프장. [사진=김민지 기자]
태릉CC 사업 부지에 해당하는 태릉 골프장. [사진=김민지 기자]

이재명 정부는 최근 '1·29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서울과 수도권 도심에 총 6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9·7 대책의 후속 성격으로, 수요가 집중된 도심 내 국·공유지와 국가기관 부지를 활용해 공급 물량을 확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목적이다.

특히 태릉CC 부지에 6800가구 공급을 약속했다. 후보지로 점찍은 이 태릉CC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닮은꼴이다. 둘 다 문재인정부 시절 주택개발지로 발표된 후 무산된 이력을 갖고 있어서다.

2020년 1만가구 공급 계획의 일환으로 태릉CC가 거명된 후 지역 환경단체들이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경관 훼손 가능성을 제기하고 주민들은 교통난 심화를 우려하며 반발하면서 사업이 진전되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 계획에 힘을 실어주려는 제스처를 적극 보이고 있다. 1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부동산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며 "다주택자는 이번 기회에 주택을 매각하라"고 언급하는 등 강한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태릉 인근 주택 공급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겨냥해 "종묘 앞 고층 개발은 되고, 태릉 옆 주택 공급은 안 되나"라고 적으며, 반대 여론을 '이중적 태도'로 비판했다. 종묘 앞 고층빌딩 개발을 추진하면서 태릉 옆 주택 공급에 반대하는 것이야말로 이중적 태도라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과 정부의 방침에 호응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태릉입구역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절차상 시간이 걸리는 건 어쩔수 없지만, 개발이 가시화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역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인 만큼 무분별한 난개발 우려는 적고, 교통·공공시설 확충이 병행된다면 노원구 전체 주거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6800가구가 단기간 시장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중계·공릉 일대 노후 주거지의 체질 개선을 촉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 정부의 강력한 주택단지 개발 의지 만큼 야당이 잡고 있는 서울시는 적극적인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2일 정부의 1·29 주택공급 대책에 대해 "과거로의 회귀"라고 맹비난하며 공급 절벽 대책으로 정비 사업의 '조기 착공'을 내세웠다.

오 시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이번 대책은 실효성 없는 공공주도 방식에 다시 기대는 과거로의 회귀"라며 "서울 주택 공급의 90%는 이미 민간이 담당하고 있는데, '10·15 대책' 이후 강화된 이주비 대출 규제와 조합원 지분 한도 제한이 민간 정비사업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부지가 주요 후보지로 포함된 점을 두고는 "세계유산영향평가 등 넘어야 할 절차가 산적한 부지를 포함한 결정은 시장에 헛된 희망을 던지는 것"이라며 "개발제한구역을 훼손하면서까지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공급 확대, 실현 가능성보다 발표 효과에 집착한 물량 밀어내기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책은 2029년에나 착공이 가능한 먼 미래의 청사진으로, 속도와 성과를 모두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태릉CC 사업 부지에 해당하는 태릉 골프장. [사진=김민지 기자]
태릉CC 세계유산지구 중첩비율 추정치. [사진=서울시]

자치구 차원의 반발 의견도 존재한다. 노원구는 태릉CC 개발의 전제 조건으로 △고품격·저밀도 개발 △임대주택 비율 법정 최소 수준(35%) 유지 △구민 우선 공급 등을 요구하며 사실상 '조건부' 찬성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 소속 오승록 노원구청장으로서 반대입장을 강하게 내보이기엔 어려운 입장이면서도 실질적으로 구민들의 입장을 최대한 보완해 추진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 구청장은 태릉골프장에 68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발표 직후 누리소통망(SNS)에 글을 올리고, "단순한 주택 공급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역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 구청장이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태릉CC가 지닌 지리적·환경적 특수성이다. 태릉골프장은 개발제한구역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태릉·강릉(태강릉)과 인접한 부지로, 일반적인 주택 공급지와 동일 선상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태강릉 보호라는 대원칙 아래 고품격·저밀도 주거단지로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조건으로는 지역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오 구청장은 노원구가 오랜 기간 서울의 '잠자리도시(베드타운)' 역할에 머물러 온 만큼, 주택 공급과 함께 지역 내 부족한 기반시설 확충과 장기적인 성장을 보장하는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다고 봤다.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주거 기능에 비해 일자리와 상업·문화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낮에는 사람이 빠져나가고 밤에만 주거 수요가 집중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편리한 생활 인프라, 생태공원과 도서관·공연장 등 문화복합시설을 포함한 종합적인 도시 계획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통 대책 역시 핵심 과제로 꼽았다. 오 구청장은 지하철 6호선 연장 등 획기적인 교통 정책을 비롯해, 임대주택 비율을 법정 최소 수준으로 유지하고,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훼손지 복구 사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주민 이익을 최우선으로 교통 개발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태릉CC 인근은 북부간선도로와 동부간선도로 진출입 구간이 맞물린 곳으로, 과거부터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이다. 여기에 구리 갈매지구와 남양주 별내지구 등 인접 지역 개발이 이어지면서 교통 부담은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교통 혼잡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중랑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윤모씨는 "이미 출퇴근 시간대에는 화랑로와 동일로 일대가 상습 정체 구간"이라며 "7000가구 가까이가 추가로 들어서면 도로·대중교통 대책 없이는 생활 불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하철 6·7호선 모두 혼잡도가 높은 편인데, 교통 인프라 확충 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부터 짓겠다는 건 순서가 맞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태릉CC 개발 여건을 두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태릉CC 부지의 약 12.8%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과 중첩돼 있어, 주택 건설을 추진할 경우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HIA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로, 단순한 행정 심사가 아니라 문화재청 협의와 장기간의 검토 과정이 수반된다. 이 절차만 통상 1년 이상이 소요되는 데다, 일대에 문화재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굴·발굴 조사까지 진행될 경우 사업 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시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태릉은 조선왕릉이라는 상징성과 보존 가치가 큰 지역이라 장기적 절차가 우선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도 이 같은 절차적 부담을 현실적인 한계로 보고 있다. 태릉 인근에서 중개업을 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HIA는 물론 서울시와의 각종 협의가 본격화되면 실제 착공까지 최소 8년은 걸릴 수 있다"며 "실제 입주까지의 시간과 서울 전체 주택 수요를 감안하면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급 시점이 뒤로 밀릴수록 정책 효과에 대한 체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태릉CC 사업 부지에 해당하는 태릉 골프장. [사진=김민지 기자]
태릉CC 사업 부지 인근의 화랑로와 북부간선도로 등은 2일 오후도 교통 정체를 보이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답을 내놓겠다는 태도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달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교통 문제와 함께 자족 기능 확보 방안을 노원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혀, 교통 인프라 확충과 일자리 조성 등을 포함한 후속 대책을 시사했다.

무엇보다 지역 환경단체들이 태릉CC 개발에 따른 환경 훼손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 과제로 부각된다. 서울환경운동연합(서울환경련)은 지난달 29일 논평을 통해 "정부의 태릉골프장 택지 개발 재추진은 공급 물량을 맞추기 위해 세계유산과 그린벨트라는 마지막 공적 자산을 '손대기 쉬운 재고 물량'으로 취급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 단체는 6800가구 공급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환경련은 "태릉·강릉 일대는 왕릉에서 남쪽을 바라볼 때 시야에 들어오는 능선과 숲 전체가 세계유산의 핵심 경관 축을 이룬다"며 "왕릉에서 멀어질수록 지대가 높아지는 구릉 지형 특성상,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실제로 건설 가능한 주택 수는 6800가구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 등 각종 규제를 감안하면 개발 시 실제로 지을 수 있는 주택 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주택 공급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환경과 경관 훼손만 남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사업초기부터 지자체·주민·환경단체 반대 등 잡음이 끊이질 않을 경우 정책 추진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게 업계 지적이다.

화랑대역 인근 공인중개사 C씨는 "그나마 공급물량이 많은 용산·태릉CC·과천에서 공급일정이 지연되면 다른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와 주민반대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왜 대책 발표를 강행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이나 협의과정 없이 공급을 밀어붙일 경우 이전 정부 때처럼 실패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태릉CC 사업 부지에 해당하는 태릉 골프장. [사진=김민지 기자]
태릉CC 사업 부지에 해당하는 태릉 골프장. [사진=김민지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 실행에서 관건은 '얼마나 현실적으로 추진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본다. 절차적 제약과 환경·문화재 보존이라는 공공 가치, 지역 여건에 대한 충분한 협의와 검토를 통해 성사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1·29 대책의 핵심은 국·공유지 활용 공급이지만, 과거 실패했던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이 큰 숙제"라며 "공급 대책으로 제시됐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7~8년 이상이 걸릴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당장 내 집 마련을 기대하는 무주택자들에게는 불확실한 미래를 전제로 한 '희망고문'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태릉CC 주택 공급은 '공급 의지'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보존과 개발, 숫자와 질, 속도와 절차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번 사업은 주택 공급 확대의 상징이 되거나, 정책 엇박자의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는 평가로 모아진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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