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지난해 상반기까지 공급 과잉 상태였던 낸드플래시 시장이 빠르게 반전되고 있다.
재고가 급감하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사양 낸드의 데이터센터 수요가 크게 늘면서다.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달 메모리카드·USB용 범용 제품인 128Gb 멀티레벨셀(MLC) 낸드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9.46달러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64.83% 급등한 수치다.
다른 용량 낸드 가격도 50% 이상씩 동반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올해 글로벌 낸드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112% 증가한 1473억달러로 예상된다.
이번 가격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은 공급 감소다. AI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존 낸드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D램 제품에 설비투자를 집중하면서 낸드 생산이 줄었다.
수년간 이어진 스마트폰·노트북 시장 둔화로 낸드 투자가 보수적으로 이뤄졌던 상황에서, 공급 여력이 빠르게 소진된 것이다.
단순한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아니라 낸드 시장에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모델이 고도화되면서 방대한 학습 데이터와 추론 결과를 장기간 저장해야 하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비휘발성 저장소인 낸드는 단순 보관용을 넘어 AI 인프라의 핵심 구성 요소가 됐다.


이를 설명하는 기술적 키워드가 '키-값'을 뜻하는 '캐시(KV 캐시)'다. KV 캐시는 AI가 직전 대화와 문맥을 유지하기 위해 저장하는 데이터다. 모델 규모와 이용자가 늘수록 저장 용량이 빠르게 커진다.
초기에는 HBM이나 D램에 담았지만,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데이터가 고용량·저비용의 낸드 기반 기업용 SSD(eSSD)로 이동하고 있다. AI 확산이 데이터센터 내 낸드의 쓰임을 넓힌 셈이다.
증권가도 이 같은 변화를 구조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숀 킴 모건스탠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충족률이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낸드 기반 스토리지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낸드 수급이 단기간에 완화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신규 라인 구축과 공정 전환에는 수년이 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우선순위도 당분간 D램·HBM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들이 움직이고 있지만, 당장 공급 물량이 크게 늘긴 어려운 상황이다.
키옥시아와 샌디스크는 최근 일본 요카이치 낸드 합작법인(JV) 계약을 2034년 말까지 연장했다. YMTC는 우한 신규 공장의 양산 시점을 앞당겼고, 마이크론도 싱가포르 낸드 단지에 신규 제조 시설을 착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 변화가 생기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며 "지난 수년간 정체됐던 낸드 시설 투자로 최근의 병목도 심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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