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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K자형 한국 경제와 새로운 제국주의


[아이뉴스24 이균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으로 한쪽만 급격히 성장하고 다른 한쪽은 침체되는 ‘K자형 성장’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 해법 가운데 하나로 “끊임없는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스타트업·벤처기업”을 꼽았다. 특히 “‘스타트업·벤처 열풍 시대’를 만들어 나갈 구체적인 정책들을 차근차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성장 그래프가 ‘K자’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먼저 산업이 분야별로 양극화하고 있다. 반도체 전력기기 방위산업 조선 등은 성장 곡선이 우상향이지만, 석유화학을 필두로 철강 가전 이차전지 등은 구조조정을 해야 할 만큼 처지가 좋지 않다. 앵글을 바꿔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심해졌다.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미국 국기를 꽂은 트럼프 대통령의 합성 사진. [사진=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미국 국기를 꽂은 트럼프 대통령의 합성 사진. [사진=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

실물 경제가 윗목과 아랫목의 차이를 키워가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주식 금 등 자산 가격까지 폭등하는 바람에 자산 보유자와 미보유자의 격차 또한 더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은 이런 상황이 사회 불안 요소가 될 것임을 알고 대책을 마련하려 할 터이다. 하지만 ‘K자 성장’을 대체할 ‘모두의 성장’이 실제로 가능하리라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난해한 과제임을 부인하기 어렵겠다.

‘K자 성장’은 사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세계는 극단적 양극화 상태에 놓여 있다. 국제구호기구인 옥스팜(Oxfam)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세계 상위 12명의 억만장자가 하위 40억 명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3000명 조금 넘는 것으로 집계되는 억만장자의 자산은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81%나 늘었다.

세계적인 ‘K자 성장’은 더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AI와 로봇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첫 번째 이유다.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의 도래’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엄혹한 국제정세가 두 번째다. 인류는 지금 ‘21세기 첨단 기술’과 ‘19세기 야만적 제국주의’가 극단적으로 만나 휘몰아치는 태풍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우리의 ‘K자 성장’은 그런 결과물이기도 하다.

기술 발전은 그 자체로 ‘모두의 성장’에 헌신하지 않는다. 오히려 양극화를 더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옥스팜 보고서는 그 입증 자료다. 기술 발전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기술의 무기화’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달리고 있다. 트럼프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며 관세로 세계 각국을 농락하는 것도 결국 ‘기술의 무기화’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되기 위한 거다.

트럼프의 정책을 ‘신제국주의’로 보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2차대전 이후 서방 세계에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질서를 설계하고 주도해 왔던 미국이, 그 핵심인 동맹과 다자주의적 국제규범을 차례로 파기하고, 오직 ‘힘의 논리’만 내세운 상황을 그렇게 부른다고 해서 무슨 오류가 있겠는가. 21세기에, 19세기로 되돌아가는 이 ‘신제국주의’를 ‘기술 제국주의’ 관점에서 더 많이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이름이 어떻든 K자형 한국 경제도 이 복합적 ‘기술 제국주의’ 속에서 생존해 나가야 한다. 지정학적으로나 지경학적으로 우리는 다시 제국주의 열강에 둘러싸인 구한말(舊韓末)과 비슷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이 강해질수록 또 다른 열강인 중국과 러시아도 같은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K자형 성장 극복’ 논의 또한 결국 이 파장 안에 머물 수밖에 없다.

구한말과 지금 우리 처지가 다르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제국을 이길 순 없겠지만 기술력과 경제력 측면에서 최소한 협상은 할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제국을 제외한 모든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큰 위기인 건 맞지만, 다른 어떤 나라와도 달리 우리만 갖고 있는 기회 요소 또한 있는 것이다. 위기에 무너지지 않고,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으려면, 정치인과 기업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치인과 기업인에게 세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첫째, 지금은 신냉전 시대가 아니라 신제국시대라는 걸 제대로 인식했으면 한다. 철 지난 색깔 논쟁으로 제국 앞에서 우리끼리 싸우는 일은 그만두라는 말이다. 둘째 정치적 경영적 판단에 유연성을 강화했으면 한다. 기술 제국주의 시대 가장 큰 특징은 변동성(불확실성)의 상시화와 극대화인 듯하다. 경직된 판단은 쉽게 꺾여나갈 가능성이 아주 크다.

무엇보다 노동에 있어 인공지능-로봇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당장 폭 넓고 깊으면서도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모든 양극화 논의는 한낱 모래성에 불과할 것이다. 이 사안은 인류가 거의 처음 직면한 문제여서 벤치마킹할 곳도 없다. 인류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혁신이 있다면 아마도 이 문제를 푸는 일일 것이다. 모두 생각을 크게 바꿔야 한다.

/이균성 기자(sere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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