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북극항로 상업화의 최대 걸림돌은 빙해가 아니라 보험·금융 공백이라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북극항로를 둘러싼 대러 제재와 정보 비대칭으로 민간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만큼 국가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수범 한국북극항로협회 사무총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북극항로 전략 시리즈(3차 정책)' 세미나 기조발제에서 "북극항로 상업화의 가장 큰 문제는 얼음이 아니라 보험"이라며 "보험이 작동하지 않으면 금융이 끊기고, 금융이 끊기면 선박 투자와 안정적인 운항 모델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수범 한국북극항로협회 사무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북극항로 전략 시리즈(3차 정책)' 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17ff0d457a0172.jpg)
최 사무총장은 "2013년에는 경제성을 중심으로 봤지만, 지금은 경제성을 넘어 안보와 전략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과거 민간 주도에서 이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항로를 열어야 하는 단계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극항로 상업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대러 제재에 따른 지정학 리스크 △항해·빙해 정보의 비대칭과 관리주체 부재 △보험·재보험 시장 붕괴로 인한 그림자선단(다크 플리트) 확산을 꼽았다.
최 사무총장은 "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운항하는 비정상 선박이 늘수록 사고 위험과 환경 리스크는 커지지만, 통제할 국가 차원의 관리 역량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수범 한국북극항로협회 사무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북극항로 전략 시리즈(3차 정책)' 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3c459d8cea44b.jpg)
이날 세미나에서는 북극항로 특별법의 성격을 둘러싼 논의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최 사무총장은 "특별법은 단순한 산업 지원법이 아니라 국가가 어떻게 책임지고 실행할지를 규정하는 관리 법제"라며 "'국가 필수선박' 개념을 도입해 초기에는 정부가 투자·운영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논리로만 접근하면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거점항만을 둘러싼 지역 간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부산을 중심으로 하되 포항·울산·광양 등 각 지역 산업 기반에 맞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공급) 등은 인접 산업 거점과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수범 한국북극항로협회 사무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북극항로 전략 시리즈(3차 정책)' 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2e95ecd780a40.jpg)
김엄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실장은 "북극항로 특별법은 '항로 이용'과 '동남권 발전'이라는 두 축이 함께 가는 구조인데, 이 연계 논리가 약해지면 법의 목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항로를 이용하려면 기상·빙해 정보, 항해 안전, 규제·보험 등 기본 역량을 갖추는 게 전제"라며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유럽을 설득하려면 국제법을 준수하는 지속 가능한 항로 이용이라는 논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운정보센터와 관련해서는 "단순한 정보 제공 기관이 아니라 국가 정책을 뒷받침하는 '분석 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며 "북극권 국가와의 데이터 협력, 정보의 표준화·정제, 선사·조선·물류·화주 등 이해관계자별 맞춤 정보 제공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현교 극지연구소 박사는 "인공지능(AI) 기본법이 시행된 것처럼 북극항로 역시 이미 국정과제와 여야 법안으로 정책 트랙에 올라섰다"며 "여야 5개 법안 모두에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이 공통으로 담긴 만큼, 핵심은 법 제정 이후 기본계획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북극항로 정책은 해운을 넘어 조선과 지역 기반 구축까지 확장된 국가 전략으로 진화했다"며 "북동항로는 러시아, 북서항로는 미국·캐나다와의 협력이 필수인 만큼 국제협력이 기본계획에 명확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준 국민대 교수는 "북극항로 경쟁은 비용이나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제 규범과 관할권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라며 "누가 먼저 안정적인 운항·관리 모델을 만들고 국제사회에 제시하느냐에 따라 강한 락인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극은 자연 냉각이 가능한 지역으로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와 결합할 여지도 있다"며 "한국이 단순 이용국이 아니라 필수 협력자로 인식되도록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영두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해상공급망기획단장은 "컨테이너 시범운항도 중요하지만 철광석 수입과 철강 수출처럼 실제 물동량과 연결된 시범이 필요하다"며 "북극항로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포항의 물동량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항만 투자는 물동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미분양 등 투자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프로젝트 화물, 벙커링, 기자재 등으로 산업을 다변화해야 지속성이 담보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는 한국북극항로협회가 주관하고, 해양수산부(해수부)가 후원했다. 시범운항에 참여할 해운회사 후보로 HMM을 비롯해 에이치라인해운, 팬오션, 현대글로비스 등 대형 선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9월 전후로 추진되는 정부의 부산~네덜란드 로테르담 북극항로 시범운항 계획을 언급하며 "북극항로는 여야를 넘는 국가적 과제"라며 "국회가 입법으로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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