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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전뷰티산업진흥원, ‘전국 최초’가 정책이 되려면


산업기관인가, 표심 공약인가… 출범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아이뉴스24 강일 기자] 대전시가 16일 대전뷰티산업진흥원을 개원하며 K-뷰티 거점 도시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뷰티산업’만을 전담하는 산하기관 출범은 대전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곧바로 정책적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상징성만 앞선 채, 설립 취지와 역할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전뷰티산업진흥원 개원식 [사진=대전시]

정책 논리만 놓고 보면 진흥원 설립은 ‘조건부 타당성’을 가진다. 대전은 13개 안팎의 대학에 뷰티 관련 학과가 있고,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기술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이를 하나의 산업 플랫폼으로 묶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 자체는 무리라고 보긴 어렵다. 전국 최초 전담 기구라는 점은 국비 확보나 기업 유치 과정에서 명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기관이 무엇을 하겠다는 곳인지에 대한 설명이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설립 과정에서 업무 주관 부서가 바이오헬스에서 보건위생으로 이동하면서 정체성 논란이 불거졌고, 그 혼선은 출범 이후까지 이어지고 있다. 산업 육성 기관인지, 공중위생 행정의 확장인지, 아니면 이미용업계 지원 창구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정책기관으로서 가장 기본이 되는 ‘목적 규정’이 흐릿한 셈이다.

이 같은 혼란은 지난해 시의회 논란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장우 대전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시의원이 5분발언을 통해 노인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어르신 네일아트 사업을 대전뷰티산업진흥원에 맡기자고 제안한 것이다. 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출범하는 기관에 복지사업을 결합하겠다는 발상은, 진흥원의 역할과 범위가 내부적으로조차 정리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더구나 노인복지는 이미 전담 산하기관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이 발언은 단순한 아이디어 제안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대전뷰티산업진흥원이 향후 어디까지, 어떤 사업까지 떠안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산업 경쟁력 강화보다 특정 직능단체나 계층을 겨냥한 사업이 우선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산업 진흥’이라는 간판 아래 정책의 무게중심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진흥원 설립 자체를 이장우 시장의 선거 공약 이행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미용업계 종사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공약이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정책적 완성도보다 정치적 계산이 앞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44억원이 투입되는 신사옥 건립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세금 투입의 적정성을 묻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운영 현실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 임시 사옥에서 출범한 진흥원이 도마동 신사옥 이전 전까지 어떤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공간이 생긴다고 산업이 저절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정책은 건물이 아니라 성과로 증명돼야 하며, 순서는 성과가 먼저다.

결국 대전뷰티산업진흥원의 성패는 ‘출범’이 아니라 ‘운영’에서 갈린다. 단순 재교육이나 행사성 사업에 머문다면, 진흥원은 산업기관이 아니라 또 하나의 행정조직으로 전락해 시민 부담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지역 뷰티 브랜드 육성, 화장품 연구개발과 원료 산업의 연계, 실질적인 해외 진출 성과로 이어진다면 전국 최초 모델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대전뷰티산업진흥원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타이틀이 아니다. 분명한 방향과 책임 있는 운영이다. 산업기관으로 남을 것인지, 정치 공약의 연장선으로 소비될 것인지. 선택의 시간은 이미 시작됐다.

/대전=강일 기자(ki005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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