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태광산업이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진하는 신사업 프로젝트의 첫 카드로 'K-뷰티'를 꺼내 들었다. 애경산업 지분투자를 통한 간접 진출을 넘어 신설 법인 'SIL(실)'을 통해 제조·유통·브랜딩을 아우르는 화장품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단 그림이다. 소재를 생산하던 70년 전통의 굴뚝기업 이미지를 벗고, 소비재 기업으로 전환을 위한 첫걸음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최근 코스메틱 전문법인 SIL을 신설했다. 법인명 SIL은 한자 '실(絲, Thread)'과 '실(室, Room)'의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그룹의 모태인 섬유 산업의 정체성을 잇는 동시에, 고객의 피부 고민을 해결하는 연구실이자 감각적인 아틀리에라는 공간적 의미를 결합했다.
![SIL CI. [사진=태광산업]](https://image.inews24.com/v1/a6ff161f22318f.jpg)
70년 넘게 원료를 생산하며 '산업의 뿌리(Upstream)' 역할을 해온 태광산업이 변화무쌍한 소비재 산업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본업인 섬유·석유화학 업황 부진을 상쇄할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이를 위해 단순히 브랜드 하나를 론칭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프라와 기획력을 이원화하는 치밀한 설계를 마쳤다. 올해 2월 인수가 마무리되는 애경산업이 탄탄한 제조 기반과 유통망이라는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신설 법인 SIL이 신선한 브랜딩과 콘텐츠라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구조다.
특히 제조업 기반으로 유행과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었던 태광산업이 SIL을 통해 가볍고 민첩한 조직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눈에 띈다. SIL의 초대 대표로는 글로벌 컨설팅그룹 커니(Kearney)와 삼성전자 등을 거친 신사업 전문가 김진숙 대표가 선임됐다. 김 대표는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전략을 앞세워 초기에는 온라인 중심으로 브랜드를 안착시킨 뒤, 단계적으로 유통 채널을 확장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제품을 먼저 생산하고 유통망에 밀어 넣던 과거의 방식이 아니라, 콘텐츠 반응과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니즈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즉각 제품 기획에 반영하는 IT 기반의 경영 기법을 도입하겠다는 선언이다. 대량 생산과 밀어내기식 영업 대신, 테크기업의 문법인 민첩한 조직 문화를 뷰티 산업에 이식해 속도감 있게 성장한다는 구상이다.
뷰티 업계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코스메틱 출신은 아니지만, SIL이 기술 집약적인 더마코스메틱 영역이 아니라면 초기 조직 구축과 사업 구조 설계에 강점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초반 안정화에는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접근법은 SIL이 내놓을 첫 번째 제품군 선택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SIL은 첫 출사표로 유행의 주기가 짧고 변동성이 큰 색조 시장 대신 '안티에이징 스킨케어'를 정조준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스킨케어 제품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달하며, 이는 색조 대비 고객 충성도가 높고 안정적인 매출을 담보할 수 있는 핵심 영역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청사진도 마련됐다. 일본, 미국, 중국 등 주요 거점 시장을 타겟으로 개발 초기부터 친환경 패키지와 윤리적 제조 공정 등 ESG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설계했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글로벌 소비자가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겠다는 의지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글로벌 K-뷰티 시장의 공략을 시작으로 고객 중심의 B2C 사업 구조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단계적인 리테일 확장 및 그룹의 유통·미디어·인프라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접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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