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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설계와 생산의 결합, 평택에서 시작되는 반도체 패러다임 전환


서현옥 경기도의원 (경기도 평택시)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은 지금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라는 성과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무엇을 잘해왔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다.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점유율 확대를 국가 전략 과제로 천명한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은 단연 팹리스(Fabless)다.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는 반도체 산업의 두뇌이자 혁신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여전히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제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설계 역량은 영세하고 분산돼 있다.

특히 설계가 이뤄지는 판교와 생산 거점인 평택·용인 간의 물리적 거리감은 기술 검증과 상용화를 지연시키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해 왔다.

이 난제를 풀 해법으로 ‘평택’을 주목해야 한다. 평택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기지를 보유한 도시다. 단순한 제조 공장 집적지가 아니다. 연구개발과 양산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이른바 ‘원팹(One-Fab)’ 구조를 갖춘, 국내에서 유례없는 반도체 허브다. 설계한 칩을 즉시 생산 라인에 태워 검증하고, 수정과 양산을 빠르게 반복할 수 있는 환경은 팹리스 기업에게 결정적인 경쟁력이 된다. 팹리스에게 시간은 곧 비용이자 생존이며, 평택은 그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다.

평택을 중심으로 팹리스가 집적된다면 ‘설계-제조-패키징-테스트’가 원스톱으로 연결되는 완성형 반도체 생태계가 구축된다. 설계는 국내에서 하고 생산은 해외 파운드리에 의존하며 발생하던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술 보안과 속도 경쟁력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입지 전략을 넘어, 국가 반도체 주권을 강화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물론 과제도 분명하다. 우수한 설계 인력이 평택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정주 여건, 교통, 교육·문화 인프라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경기도와 평택시, 그리고 지방의회는 팹리스 전용 테스트베드 구축, 과감한 규제 완화, 산학연 연계를 통한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팹리스 육성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장기 전략이다. 그러나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갖춘 평택에 팹리스 생태계를 결합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평택이 ‘제조 도시’를 넘어 대한민국 ‘K-반도체 완성형 클러스터’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이제는 분명한 방향 설정과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요구된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 이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도의회 서현옥 의원 [사진=서현옥 의원실]
/평택=이윤 기자(uno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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