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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전력 병목⋯비수도권·PPA로 풀어야"


수도권 전력망에 막힌 AI 데이터센터 확충
해외는 PPA로 우회…한국은 전력 제도에 발 묶여
민간 "전기 없인 AIDC도 없다"…정부 역할 주문

[아이뉴스24 서효빈 기자] 한국이 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AIDC)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급증하는 AI 전력 수요에 비해 송전망과 전력시장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력 공급 구조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AI 데이터센터 토론회 [사진=서효빈 기자]
AI 데이터센터 토론회 [사진=서효빈 기자]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데이터센터의 현실적인 전력공급 방안 토론회'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수도권 전력망에 막힌 AI 데이터센터 확충

이날 '국내 전력시장 구조에서의 AI 데이터센터 전력공급 한계 분석'을 주제로 발제한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AI 데이터센터는 AI 전환의 가장 중요한 지표"라며 "향후 데이터센터, 전기화,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데이터센터 확충 속도는 AI 수요 증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진단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규모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5위 수준으로, 일본의 약 3분의 2에 불과하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AI 3강 도약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약 20GW지만, 지난해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1.2GW에 그쳤고 2038년 전망치도 6.2GW 수준이다.

박 교수는 신규 데이터센터 확충이 더딘 원인으로 수도권으로 몰린 전력망 구조를 지목했다. 그는 "국내 데이터센터의 약 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비수도권은 데이터센터 건설 역량과 유인이 매우 부족하다"며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도입 이후 수도권은 송전망 부족으로 2030년까지 단기적으로 신규 허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분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호남권과 제주권은 재생에너지 공급 과잉이 나타나고 있어 재생에너지 기반 AI 데이터센터에 적합하다"며 "영남권은 원자력과 LNG를 통해 대규모·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만큼 고신뢰 전력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데이터센터와 인근 발전기 간 직접 구매를 허용해 송전망 건설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는 PPA로 우회…한국은 전력 제도에 발 묶여

이와 함께 해외 빅테크의 전력 조달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전력망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AI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전문위원은 "미국 아마존은 세계 최대 PPA(직접구매계약) 구매자로, 전력망을 거치지 않고 원전과 직접 연결하는 데이터센터 운영 모델을 구축했다"며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제성 문제로 폐쇄됐던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해 20년 장기 PPA를 체결했고, 구글은 전력망 전체를 24시간 무탄소 에너지(CFE)로 운영하는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빅테크는 PPA 거래 대상, 규모, 기간에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는다"며 "발전원과 직접 계약하고, 현지에서 전력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제도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유사한 방식의 전력 조달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 전문위원은 "우리나라는 발전원과 무관한 직접 계약이 제한적이고, 전용 선로 구축 역시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며 "PPA를 통해 일정 규모의 전력을 자체 확보한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전력계통영향평가 등 각종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 "전기 없인 AIDC도 없다"…정부 역할 주문

이 자리에서 참석한 기업들은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됐다. 김영준 다우기술 데이터센터 사업총괄은 해외 사례로 싱가포르를 들며 "송전망 환경 개선 등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로부터 전력을 수입하고 있고 PPA 관련 법적 기반도 잘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역시 국가 차원에서 PPA를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조정·중재 역할도 주문했다. 문정욱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는 "전력 공급, 안전, 환경 문제를 두고 지역 주민 반발 우려가 있다"며 "민간이 설명하더라도 '기업 이익 때문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만큼 중앙 정부 차원의 중재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이사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국가 전력 계획에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데이터센터 수요를 구체적으로 다뤄 중장기 수요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송전 계통망 확충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문 이사는 "고속도로를 차가 다닌 뒤에 까는 것이 아니듯, 송전선과 변전소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선제적인 국가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가발전과 분산전원 활성화를 위해서도 명확한 기준과 합리적인 인허가 환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속도감 있는 제도 개선도 요구됐다. 조정민 SK브로드밴드 DC사업담당 부사장은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은 수영선수(GPU)에게 수영장(데이터센터)과 물(전기)이 없는 꼴"이라며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GPU 26만 장을 약속했지만, 그 GPU를 어디에 설치할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물이 없는 곳에서 수영장을 만들 수는 없다"며 "보다 파격적인 전력 공급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회를 주최한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우리나라 전력 소비의 약 40%, 데이터센터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전력망과 전력 계획이 급증하는 AI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요금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 데이터센터 진흥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말했다.

/서효빈 기자(x4080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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