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올해 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일제히 ‘안전’을 주문하고 나섰다. 장기 침체 속에서 인공지능(AI) 확대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체질 개선도 시급하다면서도, 신년사와 시무식 등을 통해 이제 안전 경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올 들어 주요 대형 건설사 CEO들이 발표한 신년사를 살펴보면, 키워드는 '안전'으로 요약된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가 대표적이다. 안전을 회사 경영의 절대 가치로 내세운 그는 "지속되고 있는 건설업의 중대재해에 대해 정부와 사회는 무겁고 단호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박 대표는 "이제 건설업의 중대재해 예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단 한 번의 사고로 수십년 쌓아온 신뢰와 기반을 모두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문제점이 확인했던 지난해를 돌아보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며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안전수칙을 지킬 수 없는 협력업체와 단절하고 불안전하게 작업하는 근로자는 우리 현장에 단 한 명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매년 일선 건설현장에서 시무식을 해온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는 올해 부산신항 서컨테이너터미널(2-6단계) 상부시설 공사 현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허 대표 역시 안전 역량을 제고하자는 주문을 했다. 그는 "올해는 미래 역량을 키우며 지속가능한 성장 체계를 완성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품질과 안전, 공정거래 준수와 준법경영은 불변하는 우리의 핵심과제이자,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실천 과제"라고 강조했다.
오일근 롯데건설 대표이사도 안전보건 관리강화 및 준법경영 체계 확립과 대내외 소통 강화를 주문하면서 "안전과 준법경영의 노력과 성과들이 쌓여 투명하고 신뢰받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사고를 줄여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경영 효율화와 품질 개선, 신사업 발굴 등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도약이 가능하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건설사 CEO들은 AI 확대를 통한 경영 효율화를 꾀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센터 등 AI 관련 인프라 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는 안전을 최우선 경영원칙으로 삼으면서도 "올해는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 AI, 에너지 수요 확대 등 새로운 기회를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신사업 성과 창출을 본격화해야 하는 해"라며 "기존 관성을 넘어 과감한 실행과 기술 중심의 경쟁력 강화, AI, 디지털전환(DT)를 활용한 효율 제고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는 '미래를 위한 도전, Hyper E&C’를 올해 경영방침으로 제시하고 △스마트 기술 기반의 선제적 예방 시스템으로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Hyper Safety(초안전)’ △압도적인 시공 품질과 섬세한 마감으로 고객 감동을 실현하는 ‘Hyper Quality(초품질)’ △BIM·AI 중심의 디지털 전환(DX)으로 현장과 본사, 기술과 사람을 유기적으로 잇는 ‘Hyper Connect(초연결)’ 3가지를 강조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도 AI를 활용한 실질적 역량을 확보해 건설업의 본질적 경쟁력인 품질, 안전, 공정, 원가의 기반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은 "AI 인프라 분야에서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IDC)라는 두 가지 핵심 축으로 성장 기반을 다질 것"이라며 "하이테크 사업은 반도체 중심 인프라 전문성 극대화를 통해 BM(비즈니스 모델) 확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AI 솔루션 사업은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을 바탕으로 고수익·저리스크 사업을 선별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 등 미래 성장 영역도 계속 확장하겠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건설업계를 고려해 내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오일근 롯데건설 대표는 “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성과 창출을 위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 구축”을 강조하며 재무-구매-원가관리 시스템의 통합 관리 체계 확립을 강조했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는 "안정적인 재무역량을 바탕으로 AI를 모든 업무에 확대 도입하고, 소형모듈원전(SMR)과 발전사업, 데이터센터와 해외시장의 확대를 도모해 미래의 성장기반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실패를 없애고 성공을 늘리며,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매뉴얼 시스템을 완성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건설업 CEO들이 일제히 안전역량 제고를 주문하고 나선 것은 이재명 정부 들어 한층 강화된 건설현장의 안전사고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망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 엄벌 의지를 밝혔고, 전면 압수수색을 통한 수사에 착수하는 등 비상이 걸린 바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사망사고 이후 전국 건설현장을 멈춰세우고 안전점검에 나서면서 완공시기 준수와 비용증가 등의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다.
더욱이 국회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건설사에 매출액의 최대 3%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안전특별법’까지 발의되는 등 사망사고를 줄이지 못할 경우 경기침체 상황보다 더 큰 경영난 초래 요인이 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