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AI 기업은 많아졌지만 AI로 실제 매출을 만들고 흑자를 유지하는 기업은 드물다. 모델 성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고 유지하느냐가 생존을 가르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번역·언어 데이터 기업 플리토는 독보적인 데이터 자산을 앞세워 흑자 전환과 글로벌 실적을 동시에 증명하며 AI 산업의 새로운 생존 공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 [사진=플리토]](https://image.inews24.com/v1/cf680bee164ae8.jpg)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아이뉴스24와 단독 인터뷰에서 “AI 시대 플리토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데이터”라며 “AI 산업의 무게중심은 이미 데이터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12년 설립된 플리토는 통·번역 서비스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대표는 회사를 AI 학습용 언어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으로 규정했다.
SKT 사내벤처에서 독립…“친구 번역 의뢰가 출발점”
플리토의 시작은 이 대표의 해외 생활 경험에서 비롯됐다. 중동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다양한 언어를 접하며 번역 수요를 체감했고, 대학 시절 친구들의 번역 의뢰를 서버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테스트했다.
이 대표는 2007년 SK텔레콤 입사 후 낮에는 스타트업 투자 업무를, 퇴근 후에는 사내벤처에서 번역 프로젝트를 병행했다. 집단지성 기반 소셜 번역 플랫폼을 구상했지만, 2012년 사내벤처 프로젝트가 회사 사정으로 중단 위기에 놓이자 동료 개발자 2명과 함께 퇴사를 결심해 플리토를 설립했다.
초기 팀은 작은 오피스텔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구글·메타·AWS 등 글로벌 빅테크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중국과 일본 등에 해외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도 본격화했다. 플리토는 코스닥 사업모델 특례상장 1호 기업이라는 상징성도 지닌다.
이 대표는 플리토가 10년 넘게 방향성을 지킬 수 있었던 배경으로 공동창업자 3명의 '신뢰'를 꼽았다. 그는 “4년 동안 매출이 아예 없던 시기도 있었다”며 “월급도 못 받는 상황에서 한 공동창업자는 결혼한 지 100일도 안 돼 대기업을 나왔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플리토는 AI·데이터 기업으로는 드물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4년 약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258억)만으로 이미 전년도 연간 매출을 넘어섰다. 전체 매출의 85%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한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 [사진=플리토]](https://image.inews24.com/v1/846185fc61ac08.jpg)
고품질 데이터의 비결은 ‘휴먼인더루프’
글로벌 빅테크들이 플리토를 선택한 이유는 자동화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고품질 언어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리토의 핵심 경쟁력은 AI 학습에 바로 활용 가능한 정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구조다.
그 중심에 있는 원칙이 인간–AI 협업 구조인 ‘휴먼인더루프(HITL, Human-in-the-loop)’다. 이 대표는 “속도와 비용은 기계가 앞서지만, 맥락과 뉘앙스, 고유명사 처리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며 “100% 자동화된 데이터만 반복 학습하면 오히려 모델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7년을 데이터 고갈의 분기점으로 전망했다. 공개된 텍스트 데이터는 이미 대부분 소진됐고, 앞으로는 사람의 언어와 행동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런 점에서 향후 성장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지금의 AI 모델들은 이미 공개된 데이터를 대부분 학습했다"며 "그 다음은 데이터를 계속 만들어내는 회사의 가치가 급격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스케일AI, 서지AI 등 기업가치 수십조원의 데이터 라벨링 유니콘이 등장했다. 플리토는 동남아·중동·일본어 등 비영어권 언어 데이터에 집중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실시간 통·번역 솔루션 역시 서비스 자체가 최종 목적이 아니라, 입력과 출력 데이터가 다시 학습으로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플리토 해?”…AI 번역의 일반명사를 꿈꾸다
플리토는 언어 데이터를 로봇·웨어러블·AI 글래스 등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하는 개념검증(PoC)도 진행 중이다. 동작을 텍스트로 바꾸고, 텍스트 명령을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데이터가 다음 시장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 대표는 “번역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플리토가 연상되는 수준이 목표”라며 “‘플리토 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는 날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화려한 모델을 내세우는 회사가 아니라, AI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연료를 공급하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 [사진=플리토]](https://image.inews24.com/v1/84736e9a08e53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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