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년말이 가까워 날씨가 추워지니 못 봤던 게 보인다. 차가운 날씨는 서민의 삶을 혹독하게 한다. 이럴 때 일수록 서민의 삶을 걱정해야 하는 정치는 돌아가는 게 어안이 막힌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연속이지만 세상이 어럽다고 못 볼게 많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더럽고 봐서는 않될 것이 눈에 많이 뛴다. 차라리 매년 이맘 때 거리에 등장하는 구세군의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정치꾼들 소리보다 훨씬 고결하다.

내일이면 크리스마스다. 해마다 이맘 때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풍경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서 종을 흔드는 구세군의 복장과 자선냄비다.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세요." 라는 말과 함께 모금 활동을 펼치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아직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 세상이 각박해서인가? 일반 시민들이 하도 정치권에 휘들려서인가?
년말 불우 이웃 돕기도 잠잠하다.
거리에는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면서 삶의 방향을 잃은 체 헤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시대를 거스르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당당히 맞서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 요즘의 삶은 갈등과 물음의 연속이다.
사람들은 직면한 삶의 답을 찾기 위해 찾는 게 성현의 지혜가 들어 있는 고전이다. 인간에 대한 성찰, 시대에 대한 고민, 인간과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 속에서 찾아낸 선현의 통찰과 지혜야 말로 혼돈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삶의 지침서다.
미래의 근거는 현재다. 그래서 트랜드 책을 읽으면 딜레마에 빠진다. 현재를 깊게 바라보는 책일수록 궁금했던 내년은 적게 다룬다. 반대로 장황한 미래 예측이 가득하다면 허망해진다.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동양적 고전보다 시대 트렌드에 맞게 서양 철학자의 베스트 인문 서적 프리히드 니체가 쓴 '워버맨쉬'를 덥석 잡었다. 내용이 서사 드라마 형식으로 대서사다.
왜 살아야 하는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삶이 공허하고 혼란스러운 시대. 그러서인지 '프리드리히 니체'의 서적이 교보문고 애독자 1위가 되면서 새삼 주목을 받는다.
그의 대표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세계적 베스트 셀러이자 스터디 셀러다. 책에는 가볍게 살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룬 "모든 사람을 위한 그리고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다섯 번째 복음서이자 미래의 성서가 될 것이다."라고 스스로 서문에서 작가는 최고의 책이라 썼다.
설문조사에서 3040세대는 내 의지대로 살고 싶을 때 니체를 읽는다고 했다. "회사에서 몸이 닳게 일해도 집에 가면 늘 허무했다." "왜 이러고 사나 싶은데 여기 답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의미있게 사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흐릿한 정신에 일격을 가하는 책이라 했다.
니체의 모든 책은 자율적에 사는 것보다 사람들의 평가에 더 신경써야 하는 세태를 우리에게 거울을 쥐어주는 책이다. 니체는 말했다. "피로 써 피로 읽는 능동적인 책. 그져 읽히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하나 하나 씹어서 자기 것으로 하기를 바란다."
니체를 흔히들 망치 든 철학자라 한다. 사람들이 니체의 이야기를 들으면 뒤통수를 맞은듯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니체가 말한 가장 유명한 단어인 "신은 죽었다"이다. 인류 역사는 오랫동안 신들이 인간이 좌우했다. 그만큼 신들의 절대적이고 강력한 지배를 받아온 인간들은 이데오르기를 만들어 지냈지만, 그 이데오르기 때문에 스스르를 헤치기도 했다.
니체가 주창한 '초인(超人)'개념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책 '워버멘쉬'(떠오름)가 교보문고 인문 베스트 1위에 올랐다. 워버멘쉬란 종전 도덕과 사회적 관습은 그대로 따르는 대신, 자기 의지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며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존재를 말한다. 이 책엔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 것을 기반으로 현대인이 마주하는 고민과 삶의 문제를 녹아냈다.
모든 가치를 뒤집어 엎은 니체.
왜 이 시대의 사람들이 니체를 주목할까. '사회 혼란'과 '상대적 박탈감'이 그 어느 때보다 깊숙히 박힌 결과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답변해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무엇 때문에 정치가 필요한가를 물어야 하는 현실이다.
술자리마다 나라 걱정, 내 삶 걱정을 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놓고 보면, 추구할 가치가 혼란스러운 정치적 사회 속에서 젊은 세대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결과이다.
니체는 말했다. "잠이나 처 자라!"
°잠은 현실 호피가 아니다. 잠은 회복이며 다시 일어설 준비다. 세상은 노력하라 말하지만 노력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게 있다. 피로한 육체에서 새로운 생각이 나오지 않는다.
문득 올해 거리에서 들리지 않던 그 종소리를 떠올렸다. 어쩌면 구세군의 종소리가 없어진게 아니라 내가 귀 기울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머릿속 가득 니체 생각을 하며 걷다 눈에 띈 불우이웃 돕기 구세군 냄비에 슬쩍 만원짜리 지폐 한 장 넣었다. 이게 입으로 말하는 정치꾼들 보다 훨씬 가치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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