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과감한 혁신" 주문…삼성전자 HBM 반등 시동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핵심 사업장을 직접 찾아 기술 경쟁력 회복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2일 이 회장이 기흥과 화성 반도체 캠퍼스를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 경쟁력과 제조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기흥캠퍼스에 위치한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NRD-K(New Research & Development–K)를 방문해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 등 차세대 제품과 기술 개발 현황을 살폈다.

NRD-K는 공정 미세화에 따른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차세대 반도체 설계·공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조성된 최첨단 복합 R&D 단지다. 삼성전자는 이곳을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후에는 화성캠퍼스로 이동해 디지털 트윈과 로봇을 적용한 제조 자동화 시스템 구축 현황과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상황을 점검했다.

화성캠퍼스에서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반도체 주요 경영진과 글로벌 반도체 산업 트렌드와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이어 고대역폭메모리(HBM), D1c, V10 등 최첨단 반도체 제품 사업화에 기여한 개발·제조·품질 담당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HBM 고전 딛고 반등…전영현 체제 이후 속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HBM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고전했다. 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공급 속도와 수율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환점은 반도체 수장 교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DS부문장에 전영현 부회장을 선임하며 기술 중심 체제로 전환을 꾀했다. 이후 HBM과 첨단 공정, 조직 운영 전반에서 속도와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HBM3E는 전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가 확대되며 3분기 판매량이 2분기 대비 1.8배 이상 증가했다. 차세대 HBM4는 이미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한 상태다.

내부 기술 평가에서는 11.7Gbps 수준의 업계 최고 성능을 확보했으며, 주요 고객들의 품질·특성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D1c(10나노 6세대) 공정과 SF4(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로직 다이부터 패키징까지 전 공정을 일원화하는 턴키(Turn-key) 체계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 맞춤형 커스텀 HBM 시장에서도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2026년 HBM 판매량이 올해 대비 2.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젠슨 황부터 올트먼까지…이재용의 글로벌 네트워크

이 회장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AI·반도체 신사업 돌파구 마련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회동한 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반도체 AI 팩토리 협업이 발표됐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로부터 최신 GPU 5만개 이상을 공급받기로 했으며, HBM3E 납품을 시작했다. 차세대 HBM4도 본격 공급을 위한 최종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도 수차례 회동하며 글로벌 AI 인프라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 밖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레이쥔 샤오미, BYD 등과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와 전기차 분야 연계를 넓히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의 NRD-K 방문은 지난 2023년 10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NRD-K는 2030년까지 총 20조원이 투입되는 109000㎡ 규모의 연구개발 단지로, 지난해 11월 첫 설비 반입을 시작했다.